[희망백신 필요하다]'불통 바이러스' 마비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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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백신 필요하다]'불통 바이러스' 마비된 대한민국

대전시 탁상행정 사태키워 사망자 9명 … 전국의 39% 전통시장·영화관 등 발길 뚝 … 서민경제 피해도 극심

  • 승인 2015-06-18 18:23
  • 신문게재 2015-06-19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 메르스 극복, 희망백신 필요하다 -1. 총괄:메르스 상륙한달

▲ 메르스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확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고 손 소독과 발열체크는 실내로 들어가는 모든 곳에서 진행되지만 시민들은 싫은 내색없이 응한다.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응원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모두의 힘이 모아져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날을 손꼽아 기대한다. 이성희 기자
▲ 메르스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확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고 손 소독과 발열체크는 실내로 들어가는 모든 곳에서 진행되지만 시민들은 싫은 내색없이 응한다.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응원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모두의 힘이 모아져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날을 손꼽아 기대한다. 이성희 기자

<글 싣는 순서>
2. 부실한 방역망, 못믿을 정부
3. 최전선 병원·의료진 사투
4. 메르스가 몰고 온 사회상
5. 잡힐듯 잡히지 않는 메르스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반도에 상륙한 지 정확히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순식간에 전국을 휩쓸며 초토화해 메르스의 진원지가 중동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안일한 초동대처와 부실한 방역망, 의료체계, 정보 비공개 등이 빚어낸 참극이다. 경제와 문화관광을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심각한 악영향까지 초래하면서 정부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물론, 전국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예측하지 못한 여진이 계속되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종식을 위해 시·도민을 비롯한 국민의 인식 전환과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메르스와의 전쟁,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편집자 주>

확진자 165명, 사망자 23명, 누적 격리자 1만1211명.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정확히 한 달을 이틀 앞둔 18일 현재 국내 메르스 사태 현황이다. 유럽 질병통제센터(ECDC)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환자 1028명, 사망 451명)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다.

대전에서는 지난달 3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0여 일만에 2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모두 9명으로, 전국 사망자의 39%를 차지할 정도다. 격리자도 605명이나 된다.

충남에서는 모두 7명(주민등록기준으로는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한 명도 없지만, 아산충무병원 간호사 10명이 집단으로 양성의심자 또는 의심환자로 분류된 상태다. 누적 격리자는 1682명이다.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세종시에는 메르스 여파가 거의 없다. 격리자는 16명 수준이다. 슈퍼 전파자로 분류된 옥천 확진자(사망)로 인해 옥천군을 비롯해 충북이 한동안 비상에 걸렸지만, 갈수록 격리자는 줄어 현재 119명으로 집계됐다.

메르스 확산 사태는 안일한 초동대처와 부실한 방역체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국내 1호 환자와의 밀접접촉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았다. 첫 환자 발생 후 전면적인 재조사에 착수한 28일까지 9일간 발생한 환자는 1번 환자 외에 6명뿐이었다.

하지만, 재조사를 통해 같은 병동과 같은 층 등 병원 전체로 방역망을 넓혔더니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재조사 후 평택성모병원 감염자로 확인된 환자는 30명이나 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병원을 거쳤다.

이 중에 대전을 메르스 사망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전락시킨 16번 환자(40)도 있었다. 이 환자가 대청병원(5월 22~28일)과 건양대병원(5월 28~30일)에 입원하면서 대전에 메르스 사태가 확산됐다.

이런 와중에 대전시의 안일한 대응도 사태를 키웠다.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첫 3차 감염자 발생, 전국 첫 3차 감염자 사망 등 악화일로를 걷는데, 대전시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기초적인 방역체계와 대책,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24시간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만약의 상황을 주시하며 질병본부와 감시와 대응,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며 회의와 담화문 발표만 줄기차게 했다.

그러다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의 정보 독점과 부실 대응 비판을 계기로 병원 명단 공개 등 정부의 방역 지침이 달라지면서 규정만 강조하며 '찍소리'도 못하던 대전시도 그제야 방향을 선회했다.

다행히 대전에서는 메르스가 병원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지만, 한국 특유의 응급실과 병문안 문화와 격리자들의 무단이탈 등으로 여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메르스는 사회를 바꿔놨다. 대형마트와 영화관, 공연장 등은 여행과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분야는 얼어붙었고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도 기피대상이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은 문을 닫으며 맞벌이 가정의 고통이 가중됐고, 특히 불신과 불안, 불통(通), 이른바 '3불'로 인해 사회 전반을 흔들면서 혼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와의 전쟁 속에서도 희망은 보인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의료진과 환자, 격리자들을 위해 민·관은 물론, 경제계 등 곳곳에서 메르스 사태 극복 노력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병원, 격리자와 가족 등과 시·도민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는다면 기대대로 이달말 메르스 사태 종식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메르스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지자체와 병원, 시민 등은 각자의 역할에서 긴장감을 놓아선 안 된다”며 “조기 종식을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책임·공동체 의식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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