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갑옷, '전신보호장구'를 17일 기자가 직접 입어봤다.
현재 의료진들은 레벨D 보호구(전신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레벨 D 보호구에는 보호복과 N95 마스크, 고글, 덧신, 장갑 등이 속한다. 이 보호 장비들은 의료진들의 메르스 감염을 막아준다.
실제로 손에 쥔 보호장구는 무거울 것 같았지만 가벼웠다. 장비들을 꺼내 입으려고 하는 순간 간호사의 따가운 질책이 쏟아졌다.
반드시 손 소독을 하고, 액세서리나 장신구를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6단계 올바른 손 씻기 방법'으로 손을 닦고, 시계를 풀었다. 장비를 확인했다. 방호복에는 머리를 감싸줄 후드(모자)가 달려있었고, 장갑과 덧신, 고글 등도 문제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보호 장비를 입기 시작했다.
보호 장비 착용법은 12단계다.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전신 보호복을 입었다. 보호복의 지퍼를 턱 밑까지 올렸다. 신발 위로 덧신을 신었다. 덧신 하단에 있는 '조임 끈'을 리본 모양으로 묶었다. 벗을 때 줄 하나를 당겨 풀기 위해서다.
마스크가 코와 턱을 감싸도록 안면에 맞췄다. 위쪽 고무 밴드는 뒷머리 상단, 아래 고무 밴드는 하단에 고정시켰다. 양 손가락으로 마스크의 노즈클립을 코에 밀착되도록 눌렀다.
이후 양손으로 마스크 전체를 감싸고 바람을 불어 공기가 새는지 확인했다. 고글은 마스크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착용했다.
보호복의 후드를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도록 덮어썼다. 보호복 안으로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퍼 위로 테이프를 붙여 완전히 밀봉했다. 장갑은 2중 착용했다. 속 장갑은 옷소매 안으로, 겉 장갑은 옷소매 위로 꼈다.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하는 데만 15~20분 정도가 걸렸다. 20분을 착용해보니 5분도 지나지 않아 고글 주위에 땀이 맺혔다. 숨이 찼고, 답답한 느낌이 강해졌다. 목도 마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자 온 몸에 땀이 찼다. 말 그대로 땀범벅이었다.
이날 대전의 낮최고 기온은 영상 27도. 전날보다 다소 기온이 내려간 상황에서도 보호복 내부는 찜통처럼 느껴졌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의료진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의료진의 노고를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20분 뒤 보호구를 벗었다. 입는 것보다 벗는 게 훨씬 까다롭고, 신경 쓸 게 많았다.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하고도 간호사가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던 중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었기에, 보호구를 벗을 때도 입을 때 못지 않게 긴장감이 들었다.
보호구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만큼 신체와의 접촉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덧신을 벗었다. 겉 장갑 한 겹을 제거 한 뒤 장갑을 소독했다.
보호복은 안쪽을 바깥 면으로 뒤집으면서 천천히 벗었다. 바이러스가 묻어있다고 상상하니 어느 때보다도 신중했다. 고글을 벗고, 마스크도 제거했다. 마지막으로 속 장갑을 벗고, 손 위생을 했다.
보호 장구는 모두 일회용으로, 돌돌 말아 폐기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벗는 시간은 입는 시간과 비슷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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