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이로 이제 마흔이 된 올 시즌 윤규진, 권혁, 송창식과 함께 '필승조'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16일 대전 SK전에 등판해 그는 어김없이 역투를 펼쳤다. 7-2로 앞선 6회 2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박정진은 1. 1이닝 동안 2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박정진은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7회말 등판해 6타자에게 안타 하나를 내주지 않았다. 박석민에게 내준 볼넷 하나가 전부였다. 자신의 주무기인 높은 팔각도에서 내리꽂는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땅볼과 스윙아웃, 병살타까지 유도했다.
그렇게 역투한 박정진은 올 시즌 총 39경기에 출전해 54이닝 동안 4구원승(1패) 11홀드 방어율 2.67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박정진에게는 '노망주'라는 별명이 있다.
1999년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가능성만 보였을 뿐 실력을 증명하지 못했고, 2004년에는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군 복무를 한 뒤 어깨 부상으로 부진했다.
노인과 유망주를 합친 '노망주'라는 말은 전성기를 지난 늦은 나이에 장래성을 보이는 선수를 지칭한다. 딱 박정진에게 맞는 말이었다.
박정진은 34살이 돼서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2010년 한대화 감독이 부임해 좌완 불펜 투수를 찾던 중 박정진이 눈에 띄었고, 그 해에 ERA 3.06 10세이브 6홀드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듬해에는 7세이브 16홀드를 기록하며 처음 올스타에 선정됐다.
하지만 2014년까지 박정진은 고질적인 제구 난조로 고생했다. 삼진 능력과 낮은 피안타율은 좋았지만 폭투가 많아 제구가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볼넷이 계속 나왔다. 감독 입장에선 마운드에 올리기에 불안한 마음을 지우기 힘든 이유였다.
하지만 올해 박정진은 정교해진 제구로 한화 불펜의 선봉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1위에 오르면서 자신의 주가를 확인했다.
지난 15일 KB0가 발표한 '2015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 팬 투표 1차 집계에서 박정진은 '나눔 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1위를 달렸다. 넥센 조상우(21)보다 2만2000표 이상 많이 받으며 20대 젊은 투수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점에서도 자신은 물론, 팀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2011년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 무대를 처음 밟았던 박정진은 이제 자신의 실력으로 올스타전 무대에서 뛸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진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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