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건당국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내 메르스 122번 환자 A(여·55)씨는 지난달 26~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남편 간병을 했다. 이 기간 동안 A씨는 '슈퍼전파자'로 불리는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됐다.
대전에 내려온 A씨는 발열과 기침 등으로 지난 2일과 4일, 6일, 8일에 중구 부사동 한사랑의원을 찾아 수액치료를 받았다. 의원 측은 지난 8일 오전 9시 15분에 내원한 A씨에게 “큰 병원을 가보라”고 권했다.
A씨는 택시를 타고 오전 11시 27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정문에서 직원들의 안내로 A씨는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선별진료소로 이동했다. 직원들이 폐렴 증상을 보이는 A씨를 선별진료소로 안내한 것이다.
A씨는 선별진료소 문진 과정에서 “지난달 27일 새벽 2시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나왔다”고 말했다. 14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오후 1시30분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14번 환자가 오기 전 퇴원했다”고 속인 셈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폐렴환자에 대한 선제격리 조치 지침에 따라 A씨를 1인실에 격리한 뒤 폐렴 치료를 진행했다. A씨는 격리 치료를 받던 중 8일 밤 한 전공의에게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보호자로 머물렀다”고 알렸다.
병원 측은 A씨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 기관에 보냈고, 지난 10일 양성 결과를 얻었다. A씨는 이날 오후 메르스 집중치료기관인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와 접촉한 의료진과 교직원 30명 중 밀접접촉자 10명은 자가 격리 조치, 20명은 역동적 감염감시대상자로 관리되고 있다.
현재 보건당국은 A씨의 감염 경로와 A씨를 태운 택시 기사 등 병원 밖 밀접접촉 인원을 파악하고 있다. A씨가 치료를 위해 들렀던 한사랑의원에는 지난 10일 폐쇄 조치를 내렸다.
앞서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110번 환자 B(여·57)씨도 친정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지난달 28~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다 감염됐다. B씨는 지난 6일 서구 둔산동 한사랑의원에서 수액을 맞았다. 이곳도 폐쇄됐다. B씨는 자가 격리 상태로 대기 중 지난 10일 오전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문제는 A씨와 B씨가 14번 환자와 같은 공간에서 체류했음에도 격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환자가 아무런 격리 조치도 받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와 B씨의 동선에 대한 철저한 역추적으로 밀접접촉자에 대한 신속한 격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철저한 역학조사 후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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