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90번 환자가 입원 중인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이 9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메르스 대책본부는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을 의료진과 환자를 함께 격리해 운영하는 '코호트 격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지역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90번 환자 A(62)씨가 지난 6~8일 을지대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A씨는 입원 당시 메르스 발생 병원에 들렀던 사실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옥천지역 3개 병·의원도 돌아 보건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9일 보건당국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7일 메르스 환자 37명이 양산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A씨는 14번 환자(35)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며, 지난달 28일 퇴원했다.
A씨는 지난 3일 발열로 옥천의 곰바우한의원과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지난 6일 옥천성모병원 응급실에 들렀다가 을지대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A씨는 오후 6시 37분 을지대병원 선별진료소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A씨에게 “다녀온 병원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그는 “서울대병원에 있었다”고 답했다.
의료진이 재차 묻자 A씨의 보호자는 “아픈 사람에게 왜그러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A씨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는 응급실에서 2시간 30여분을 머물렀고, 내과 중환자실(MICU)에 입원했다. A씨 가족들은 지난 8일 A씨가 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자 병원 측에 “메르스가 아니냐”며 삼성병원 진료사실을 의료진에게 털어놨다.
A씨는 8일 오후 11시 40분께 진단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와의 밀접 접촉 인원으로 분류돼 병원 내 격리된 사람은 39명에 달한다.
자가 격리중인 의사와 간호사 등은 51명이다.
문제는 지난 6일 오후 6시 37분부터 9시께까지 A씨와 함께 응급실에 있다가 퇴원한 55명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지역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통해 이들에 대한 자가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자가 격리 지침을 준수할지는 의문이다.
55명의 철저한 자가 격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 사회 전파로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씨의 건강은 위독한 상태인데, 병원 음압병상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메르스 감염 전부터 간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 등을 앓고 있었다.
을지대병원은 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72시간 응급실 폐쇄를 결정했으며 격리 중인 환자들의 증상 파악에 전력을 쏟고 있다.
황인택 을지대병원 원장은 “90번 환자 입장에서 볼 때 어디가도 (병원이) 받아주기 힘든 상황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그 환자 때문에 여러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대전지역 메르스가 잡혀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메르스가 확산이 될까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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