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 서구 한 공원에서 문 닫은 경로당 앞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서구 도마동의 용화어린이공원에 할아버지 이모(83)씨와 초등학교 2학년 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녀는 미끄럼 놀이를 하다가 지루해지면 자전거를 탔고, 할아버지는 손녀가 다칠까 조심하라며 자전거를 뒤따랐다.
메르스가 덮친 대전에서 학교와 경로당이 잇달아 운영 중지되면서 만들어진 모습으로, 중동호흡기질환이 시민들 일상을 바꾸고 있다.
특히,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상당수가 동시에 운영을 중지해 독거노인 등의 주거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8일 대전 경로당 790곳 중 500여 곳이 임시로 문을 닫고 운영을 중지했다.
지난 1일 대전에서 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이날 현재까지 확진자 15명 중 13명이 60세 이상 노인인 상황에서 경로당 내 재감염이 우려된 것.
지난 5일부터 일부 경로당이 자체적으로 시설운영 중지에 돌입해 이날 대전 대부분의 경로당이 식사제공은 물론, 모임방도 문을 닫았다.
여기에 메르스의 영향으로 대전시와 5개 구청이 운영하는 노인복지관도 모든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했고, 일부 도시락 지급 외에 구내식당도 사태가 잦아들 때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다.
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 관계자는 “경로당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으나, 감염 우려때문에 대부분 시설이 잠시 운영을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노인들이 찾아갈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로당에 복지관까지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면서 독거노인 등의 주거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메르스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경로당에 손 소독기가 아직 보급되지 않았고, 지난해 지급된 손소독기에 액체가 없어 보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구의 한 경로당 조모(75)씨는 “손세정제도 하나 없고, 지난해 사용하던 세정제 분사기계는 기술자를 불러야 해 사용하지 못한다”며 “노인 대부분 병원도 못 가고 집에만 머물고 있다”고 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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