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3시께 메르스 우려로 휴업한 서구의 모 유치원내 놀이터. 평소 아이들로 붐빌시간이지만 썰렁하다. |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휴업을 지시한 서구 관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입구부터 조용했다.
세정제로 손을 닦고 유치원 안에 들어서니 군데군데 비어있는 신발장이 눈에 띄었다. 이름표가 붙은 빈 신발칸으로 상당수 아이들이 유치원을 오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해당 유치원장은 “지난 주에 휴업을 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휴업을 하고 있지 않다”며 “학부모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 고민”이라고 했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 휴원을 하는 곳도 있었고, 공식적으로 휴원을 하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정원의 30%이상되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메르스 감염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구 모 병원 인근의 유치원은 교육청이 휴업한다고 밝혔음에도 10여명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와 있었다. 아이들을 맡길 데 없는 맞벌이 부모들이 메르스 걱정에도 아이들을 보낸 것이다.
만3~5세 아이들이다보니 어른들의 손길이 더 필요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평소 같으면 한창 아이들의 재잘되는 소리로 가득찰 시간이지만 몇몇 아이들의 소리만 들릴 뿐 원내는 조용했다.
아이들로 붐볐을 유치원 놀이터도 아이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곳 원장은 “아이들도 메르스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서 나오지 않는 친구를 물어보지는 않지만 놀던 친구가 없으니 많이 심심해 한다”고 전했다.
이날 둔산동의 학원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 물어보니 메르스 때문에 학원들이 휴원했다고 했다.
편의점 주인도 평소 자주오던 아이들이 오지 않아 알아보니 메르스 때문에 휴원하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진정되지 않는 메르스 사태속에서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들이 잇따라 휴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 일부는 PC방 등을 전전하고 있었다.
서구의 한 PC방에는 얼핏봐도 앳된 얼굴을 한 짧은 머리의 중학교 남학생들이 게임을 하며 모여 있었다.
휴교 전 학교에서 “PC방 출입 금지 같은 당부사항은 없었냐”고 물어보니 한 학생은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고 해맑게 말했다. 교육당국이 휴교만 신속히 결정했을 뿐 학생 관리나 주의사항 전달 등은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박고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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