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짜리 FA 투수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실상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마운드 전력이 계속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우완 선발 송은범(31)은 지난 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앞서 지난 4월 25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지난달 5일 1군에 복귀했던 송은범이 고작 한달 정도 있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송은범은 지난해 겨울 한화와 4년 34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4억5000만원, 옵션 4억원)에 계약하며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 이적이 결정됐을 때 송은범은 SK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 했던 김성근 감독을 다시 만나면서 또 다른 자신의 야구 역사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리고 첫 등판에서 4이닝 2실점을 기록,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송은범의 올 시즌 성적은 14경기 1승 5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70이다. 3월부터 4월까지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지만 2군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뒤에는 단 1승도 없이 3패 평균자책점 9.30을 기록하며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WHIP(1.93), 피안타율 3할3푼6리를 보면 송은범의 부진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선발투수의 부진은 그대로 팀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실제 한화는 송은범을 선발로 내세운 8경기에서 2승 6패를 기록했다. 6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게 무려 6경기다. 선발 다음 경기에서도 2승 5패로 팀은 불안불안했다. 불펜으로 경기를 꾸려가는 한화로선 정말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던 김성근 감독은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송은범은) 투쟁심이 없다. 마운드에서 싸우려는 뜻이 없더라. 기술은 그 이후의 문제다. 마운드는 싸우러 가는 곳이다”라고 했다.
송은범과 함께 FA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총액 3년 21억5000만원)도 신통치 않다.
배영수는 지난 7일 홈에서 가진 KT전에 선발로 등판해 4.1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져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이날 수비들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실점은 더 많을 뻔 했다.
배영수는 올 시즌 11경기(8선발)에서 40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평균자책점 7.88의 성적표를 받았다.
시즌 초 선발과 구원을 오가던 배영수는 지난달 2일 롯데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합류한 뒤 3승 1패 평균자책점 5.88이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퀄리티 스타트를 두 차례 기록하며 나름 제 컨디션을 찾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7일 경기에서 배영수는 선발로서 충분한 이닝을 채워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기엔 버거운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배영수와 송은범이 토종 선발로 제 역할만 해준다면 한화의 여름 야구는 재미와 성적을 모두 거머쥘 수 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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