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건강]다리가 저릿저릿, 허리가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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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건강]다리가 저릿저릿, 허리가 잘못했네

좁아진 척추관이 신경 압박해 엉덩이·발 저려 바로 눕거나 오래 걷기 힘들어져 관절·인대 강화하는 운동 도움, 6개월 이상 아프고 보행 힘들면 현미경 감압수술 해야

  • 승인 2015-06-08 14:13
  • 신문게재 2015-06-09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이슈와 건강] 노년의 불청객 '척추관협착증'

▲ 정의룡 써지탑병원 척추·정형외과 원장
▲ 정의룡 써지탑병원 척추·정형외과 원장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린 증상으로 병원에 오신 노인들 중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년기에 흔한 질환의 하나로 척추 의사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병이다. 척추관이란 신경이 지나가는 수도 파이프 같은 관인데 어떤 이유로 좁아지게 되면 자연히 신경은 목이 졸리듯이 압박을 받는다. 목의 척추관이 좁아지면 '경추 척추관협착증', 허리의 척추관이 좁아지면 '요추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한다. 요즘엔 요추 척추관협착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 만큼 요추(허리)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에 대해 정의룡 써지탑병원 척추·정형외과 원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정상보다 좁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많은 원인은 따로 있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척추의 퇴행성 골관절염으로 허리와 관절이 크게 비후되는 동시에 척추관속의 노란 인대가 두터워지고, 척추 자체도 퇴행성 변화를 보여 뼈에 가시(골극)가 돋아서 척추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척추관이 좁아지게 되면 신경은 압박되며 피가 통하지 않게 되고 엉덩이나 다리나 발이 저리게 된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피할 수가 없어 척추관협착증은 누구나 만나게 되는 노년의 불청객인 셈이다.

초기에는 신경 압박이 심하지 않아 다리는 저리지 않으나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바로 누워서 자면 허리 통증(요통)이 발생한다. 퇴행성 변화가 더 심해지면 바로 눕거나 엎드려 자는게 힘들어 옆으로 누워 엉덩이나 무릎을 구부린 채 자는 경우가 많다. 허리를 뒤로 젖히면 다리가 저리고, 조금 오래 걸으면, 어떤 때는 50m만 걸어도 마치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다리가 저린다. 그러나 쭈그리고 앉아 쉬면 좀 괜찮아져 다시 걸어갈 수 있고, 걷다가는 또 쉬어야 한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정하게 굽혀서 걷게 되고, 빨랫줄에 빨래를 걸거나 옷장 선반에 물건 얹기가 힘들어진다. 허리를 굽혀서는 힘을 쓸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는데 허리를 펴면 힘이 없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신경 구멍이 넓어지고 뒤로 젖히면 신경 구멍이 좁아진다. 즉, 허리를 뒤로 젖히면 신경 구멍이 좁아지고 신경의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통증이 생기지만, 옆으로 눕거나 쭈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구부리면 신경 구멍이 넓어져 신경에 다시 혈액 순환이 이루어져 다리가 편해지는 것이다.

▲혈관질환과 고관절 질환과의 차이=척추관협착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병으로 혈관질환과 고관절 질환이 있다. 척추에는 아무 이상 없이 다리로 가는 혈관이 막힌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실제로 혈관이 막혀 다리가 아픈 환자를 '척추관협착증'이라 잘못 진단하고 척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엉덩이관절)의 질환, 특히 고관절의 무혈성 괴사가 있을 때 엉덩이부터 허벅지 뒤쪽까지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증으로 잘못진단하고 척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협착증은 MRI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신경 압박 부위와 압박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MRI 검사상 신경압박이 심하면 바로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들도 있지만 MRI 검사에서 아무리 신경압박소견이 심해도 증상이 가벼우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신경이 스스로 자연 조정되어 구멍이 작아도 신경이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RI 검사에서 신경 압박이 심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6개월 이상 보행에 지장을 주거나 지속되는 통증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의 치료=협착증의 증상이 경미할 때는 비수술 보존치료(적절한 투약, 운동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꾸준한 운동치료로 허리를 받쳐 주는 인대, 근육, 관절 같은 연부조직을 강화함으로써 척추의 안정성을 높여 신경이 압박당하는 것을 호전시키면 증상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협착증은 보존적인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가능성은 약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분의 1은 증상이 나빠지지도 호전되지도 않는 상태로 유지된다. 또 3분의 1은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막외 신경성형술을 통해 중등도의 협착증상을 보이는 분들도 비수술치료가 가능해졌다. 경막외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부분을 국소 마취 후, 지름 1.7㎜의 얇은 관을 삽입해 신경압박부위에 정확히 위치시키고, 약물을 주입해 압박받는 부위 신경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6개월 이상 보존 치료를 해봐도 효과가 없다면 근본적으로 좁아진 척추관을 넓게 만드는 신경 감압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예전에는 뼈나 관절을 많이 제거하며 신경감압을 했기에 척추가 불안정하게 되고, 다시 안정된 척추로 만들어 주기 위해 금속고정술과 뼈이식술을 같이 했다. 최근 MRI 검사를 통해 정확한 신경감압범위 결정이 가능해지고, 수술현미경을 이용해 척추가 불안정하게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뼈나 관절을 제거하지 않고도 정상조직은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됐다. 병소부위만 감압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은 고정술을 하지 않는 간단한 현미경 감압술만으로도 근본 치료가 가능해졌다.

2.5 정도를 절개하고 미세 수술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다이아몬드 드릴로 협착된 부위만을 정밀하게 넓혀 주는 현미경 감압술은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수술한다면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다. 하지만, 감압부위를 정확히 결정하기 어렵거나 현미경 수술을 능숙하게 할 수 없다면 신경감압술과 고정술을 같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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