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 용문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해 12월 주유업에서 손을 떼고 임대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23년 동안 한 곳에서 주유소를 운영해 왔지만, 업종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면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 15년 장기 임대를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A씨는 “저가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신통치 않아 주유소를 접게 됐다”며 “다른 주유소 운영자들도 인수자가 나타나면, 당장에라도 내주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유소 간 경쟁 등으로 영업이익이 1~3%까지 떨어지면서, 오랜 기간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사업자들이 속속 떠나고 있다.
이들은 주유소를 대신해 이 부지에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트점을 입점시키며, 임대수입이라는 새로운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전지회가 최근 3년간 주유소의 업종·명의변경 등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3년 30개였던 업종·명의 변경사항이 지난해 56개로 46.8% 늘었다.
올해 4월 현재까지는 27개가 등록을 신청하면서, 지난해 보다 절반 수준을 조금 밑돌았다. 최근 3년간 지역에서 업종을 전환해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과 임대계약을 맺은 주유소는 7곳으로 파악됐다.
영업이익 하락과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이처럼 업종을 전환해 임대사업을 벌이는 지역 주유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의 일부 주유소들 역시 기회가 된다면, 하루빨리 주유소를 접고 싶다는 분위기다. 이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도입과 일부 주유소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전체 주유소를 불법행위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 민간운영의 어느 업종에도 없는 거래량 주간보고업무까지 강제하면서 지칠대로 지쳐 회의감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 문화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B씨 또한 지난해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와 15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주유업에서 손을 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B씨는 “정부는 물론 정유사까지 우월한 지휘에서 주유업계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때문에 최근에는 기회만 되면 주유소를 하지 않고 떠나고 싶어 한다. 마침 인근 부동산에서 좋은 조건의 장기계약 건을 소개해줘 운 좋게 주유소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주유소의 휴·폐업과 업종변경이 늘어나면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주유소가 하나 둘 사라지면서, 운전자의 이용 불편과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 대전시지회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정당한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렇다 보니 주유소들도 줄어들고 있어, 모두가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운전자 등 모두가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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