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선 도와 시의 행정력에 대한 불만이 끓어 오르고 있고, 태안에선 안희정 지사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굳어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는 때 아닌 모르쇠 행정으로 도민과의 불통까지 자초했다.
당진시민들은 “땅을 빼앗길 때까지, 또 빼앗기고 나서도 행정당국이 한 것이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평택에서 수년에 걸쳐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관여하거나, 정치적으로 치밀한 대응을 할 때 도와 시에서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해상경계 판결만 믿고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다.
충청도 말로 “설마 그쪽으로 넘어가겄어?” 했다가 뒤통수만 제대로 맞았다는 한숨이다.
이재광 당진시의회 의장은 “행정사무감사나 시정질문 때 시에 미리 대응하고 챙기라고 주문했는데 제대로 대처를 안했다”며 “중분위 결정 때도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시에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처리하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옆 동네 태안에서는 안 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다.
태안 군민들은 “안희정 지사가 취임하고 이룬 것이 무엇이냐”고 먼저 따져 물을 만큼 마음이 돌아섰다. 이들은 “가로림조력발전, 황해경제자유구역청,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 등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각종 대형 현안들이 수십년간 논란만 지속되다 결국엔 물거품이 되더니 이제는 땅까지 빼앗기냐”며 “이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시간만 흘러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개발무산에 대한 울분이 환경보호 등 각종 논리에 의해 억눌려 있다 충남땅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폭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는 모르쇠 행정으로 당진과 태안 등 도민들의 화를 더욱 돋우고 있다. 행정당국의 조치나 대응, 앞으로의 과정 등이 빼앗긴 땅을 되찾기 충분한지, 과연 잘 하고 있는지 도민들은 궁금하지만 관계자들은 '잘 모른다'거나 '다른 부서에 물어보라'는 식으로 책임을 돌리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사와 부지사, 각 지자체장들까지 소송 계획과 대응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마당에 담당자들은 모르쇠 행정을 펼친다는 것은 자칫 행정당국 내 불협화음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다.
김명선(당진2·새정치) 도의원은 “도에서 수년간 미흡하게 대처해왔고, 지난달 중분위의 통보를 받고도 액션을 바로 취하지 않았다”며 “매립지 문제는 당진과 아산만의 문제가 아니고 충남 전체의 문제로 정보를 공유하고 널리 알려 여론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에서는 매립지와 당진을 연결하는 연육교 건설을 막으려 하는 움직임이 보여 충청 정치권과 행정당국 차원의 신속한 연육교 건설 추진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당진=박승군·태안=김준환·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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