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불난 집에 부채질하나…

당진평택항 관할권분쟁 관련 서해대교 경계표지판 철거요청 도계유효 불구 성급한 행정 '공분'… 道 “불가” 입장에 잠정유보

평택시가 당진·평택항 매립지 귀속결정을 이유로 서해대교에 설치된 시·도경계 표지판 철거를 요청해 충청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1년간 당진이 관리하던 매립지의 71%를 편파적으로 평택에 떼어줬다는 비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행정처리였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공사는 충남도에 매립지 귀속결정에 따른 의견 요청서를 보냈다.

평택시에서 '고속국도 제15호선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상에 설치돼 있는 시도경계 표지판에 대해 (행자부)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신규매립지 귀속결정에 따라 이설 또는 일시 철거를 요청해왔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매립지가 자신들의 땅이 됐으니 도계를 구분 짓는 표지판을 치워달라는 평택의 요구다.

충남도와 당진시는 노여움을 감추지 못했다.

땅을 빼앗긴 결정이 난지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데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았고, 헌법재판소가 확정한 도계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는 분쟁 중에 있는 신규매립지의 귀속은 중분위의 일방적인 결정일 뿐 도계 변경과는 무관하며, 서해대교 상 도계표지판은 2004년 헌재에서 해상경계를 확정한 후 설치된 것으로 해상경계가 변경되지 않는 한 이설(철거)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도계가 변경된 것도 아닌데 표지판을 옮기라고 하는 것은 평택시의 착오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동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만약 정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충남도는 경기도와 평택시의 입장을 존중해 철거요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을 전해들은 평택시 관계자는 “도로공사의 시설물이기 때문에 공사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관계자는 “기관 간 협의가 종료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오면 그에 따라 향후 조치를 취하겠다”며 “우선은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