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로 주식투자한 연구원 무더기로…

감사원, 예산 부당집행 무더기 적발 충남대·KAIST 등 지역대 2곳 포함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등 일부 대학의 몰지각한 연구책임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과제 참여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해 연구비를 지급한 것으로 꾸미는가 하면 취업자를 연구원으로 등록해 연구비를 지급한 것처럼 속여 주식투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한달여간 국가 R&D과제의 연구비 집행 과정을 감사한 결과, 정부 부처의 연구과제 협약을 통해 수행한 서울대와 충남대 등 10개 대학에서 연구비 부당집행 사례를 확인, 관계기관에 처분을 통보했다.

'국가 R&D 규정'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중 인건비와 연구수당은 연구개발과제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원에게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소속기관으로부터 인건비를 받는 연구원은 별도의 연구비를 지급하지 않고, 학생인건비는 연구책임자가 공동관리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제 수행이 끝났거나 연구개발비 정산 후에도 부당하게 집행된 금액 중 정부 출연금 지분 만큼 회수하고, R&D사업의 참여를 제한하게 돼 있다.

하지만 감사원 점검 결과, 10개 대학 소속 24명의 연구책임자는 이를 무시한 채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해 연구비를 가로채는가 하면, 연구비를 일괄관리하면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충남대 A책임연구원의 경우 참여연구원 5명을 허위로 등록하고, 취업자 7명을 참여연구원으로 부당등록한 뒤 연구비를 일괄관리하면서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B연구책임자가 참여연구원에게 지급된 연구비를 일괄관리하면서 일부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고, 참여연구원도 허위로 등록, 연구비를 가로챘다.

또 행정원이 연구비를 가로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부경대의 C연구책임자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을 참여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2300여 만원을 빼돌렸다. 감사 결과 이 돈은 아들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대 D책임연구원은 연구원 11명을 허위로 등록하고 48명의 참여연구원 통장을 일괄관리하면서 연구비를 현금으로 찾아 용처가 불분명하게 사용했다.

경북대 E책임연구원은 연구원 허위 등록도 모자라 연구비를 개인 주식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점검에도 국가 R&D사업의 연구비 집행과 관련한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연구원에 대해서는 국가 R&D사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