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시장 재판]자수한 총무국장 변호인측 사전에 만났다?

임씨 진술따라 회계책임자 무죄 가능성 변호인단 보강, 포럼 법리싸움 본격화

권선택 대전시장의 항소심 재판이 '점입가경'이다. 권 시장 선거사무소 총무국장 임모씨가 잠적한 지 9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임씨가 수사기관에 붙잡히지 않고 자발적으로 검찰에 자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검거됐으면 임씨 또는 권 시장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임씨가 스스로 변호사와 동행해 자수한 만큼 권 시장 변호인 측과 사전조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총무국장 임씨의 자수에 따라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선거사무소 자금담당을 했던 임씨는 권 시장의 혐의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과는 직접 연관성이 적지만, 회계책임자 김모씨 혐의와는 연관성이 많다.

검찰은 전화홍보원 불법수당지급과 선관위 허위회계보고 등의 혐의로 회계책임자 김씨를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이중 선관위 허위회계보고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임씨가 검찰조사와 법정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회계책임자 김씨의 무죄 또는 형량 감경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임씨가 회계책임자에게 유리하게 진술했더라도 검찰의 대응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권 시장의 경우 헌법재판관 출신을 변호인단에 보강한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권 시장 측은 항소심 재판 대비를 위해 최근 헌법재판관 출신인 법무법인 정의 소속 송인준 변호사 등을 변호인으로 추가선임했다. 이는 권 시장의 유사선거기구 설치와 사전선거운동,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단초가 된 포럼에 대해 법리 싸움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권 시장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터 항소심까지 “포럼은 유사선거기구가 아니며 모든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단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해 왔다.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권 시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야만 시장직유지가 가능한 만큼 사실상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총무국장의 자수와 거물급 변호사 보강이 권 시장의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법조계 한 관계자는 “총무국장의 자수는 본인의 실형을 면하기 위함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이 주도적으로 했다'고 회계책임자의 죄를 뒤집어 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