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별 현실에 맞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대책을 내놔 연구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목표비율을 상향 재조정하는 등 '대책 따로 현실 따로'인 상황이다.
일부 출연연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비정규직 인력을 줄여 수치를 맞추는 편법도 빚어지고 있다.
17일 출연연과 전국공공연구노조 등에 따르면 올 초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19회 임시 이사회에 출연연 비정규직 관리 목표비율 조정안이 보고됐다.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인력의 정규직 전환규모 축소 등 정책여건 변화와 기관별 애로사항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출연연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전체 인력 중 비정규직 비율을 20%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었다.
비정규직 대책은 노동부가 주무 부처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낮출 복안이었다. 문제는 노동부 계획에 대해 기재부에서 정규직 충원 불가 방침을 들고나오면서 상황이 꼬였다.
출연연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극히 드물고, 전체 정규직 총원을 늘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정규직 비율 감소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출연연 중 상당수는 당초 비정규직 목표비율을 상향 재조정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20%에서 30%, 한국한의학연구원도 25%에서 35%, 한국기계연구원도 20%에서 30%, 한국화학연구원은 20%에서 33%까지 치솟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도 20%에서 27%,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30%에서 35%로 늘려 잡았다.
그나마 당초 목표비율을 유지했거나 소폭 줄인 일부 출연연들은 비정규직 인원을 줄여 목표비율을 맞추는 편법이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총원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인력을 줄임에 따라 자연스레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하는 수치를 얻어낸 것이다.
또 비정규직 목표비율 중 3년 이하 포스트닥(Post-Doc, 박사 후 연구자)은 정규직 이전 연수과정으로 제외, 관리하는 상황이어서 실제 비정규직 인원에는 빠져 있다. 일부 뛰어난 포닥은 소규모 과제 책임자 또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말 그대로 '기간제 노동자'로 별도 취급받는 현실이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규직 정원을 늘려야 하지만 이를 차단하고 어떻게 목표를 맞출 수 있느냐”며 “출연연마다 각종 연구나 사업이 많은 상황이어서 비정규직 비율이 줄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어 비정규직 대책은 현장에서 전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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