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현대百 '용산동 아웃렛' 논란 들여다보니

市 세부계획 권한 활용… 정부 승인없이도 변경 가능 당초 관광·휴양 개발취지 어긋나

[월요포커스] 현대百 '용산동 아웃렛' 논란

현대백화점이 추진하는 대전 유성구 용산동 대덕테크노밸리 내 아웃렛(직영체제의 상설 할인매장) 조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개발취지와 공공성에 부합해야 하는데,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법조항을 무리하게 확대 해석하려 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현대백화점 측이 추진하는 아웃렛 조성 부지는 용산동 579, 608 일대 면적 9만9690.9㎡(약 3만여 평)다. 현대 측은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아웃렛을 건립해 2017년 문을 열 계획이다.

1991년 시작된 대덕테크노밸리 조성사업 당시, 해당 부지는 조성 목적에 따라 기업 활동 지원과 여가생활을 위해 도시관리계획상 관광휴양시설용지로 지정됐다. 즉, 호텔이나 컨벤션센터 부지로 특별계획구역이다.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명시된 이 부지의 지정용도는 5가지다. 숙박시설, 관광휴게시설, 판매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방송통신시설 중 방송국으로 쓸 수 있다.

(주)흥덕산업 측은 2005년 1592실을 갖춘 호텔을 짓겠다며 저렴하게 샀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흥덕측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상업용지로의 변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버티다 못한 흥덕 측은 지난해 11월 모두 830억여 원(3.3㎡당 270여 만원)을 받고 현대 측에 팔았다.

현대 측은 매입과 동시에 아웃렛 입점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지정용도인 숙박시설이나 판매시설의 용도로 사용되는 건축바닥 면적의 합이 주차장을 제외한 전체 연면적의 60% 이상이면 지구단위계획 변경없이 세부개발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대덕특구특별법상 지구단위계획 변경, 즉 관광휴양용지를 유통시설용지로 용도 변경하려면 미래창조과학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관광휴양용지 지정용도 중 일부를 바꾸는 세부개발계획 변경은 대전시의 권한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셈이다.

시는 이를 근거로 교통영향평가를 완료하고, 219명의 주민공람을 통해 소상공인 보호 대책, 지역상생 방안, 문화 및 편의시설 확충, 시세차익 방지 등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함에 따라 개발계획변경(안) 보완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 측의 보완내용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 심의절차를 거쳐 시가 수용하면 아웃렛을 건립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당국과 대기업이 관련 규정을 확대 해석할 경우 어떤 결과가 돌아올 것을 아는데, 허용하지 않는 범위를 무리하게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물론, 법적인 문제는 더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경실련은 성명에서 “대전시의 무능 행정인지, 대기업 특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경 안”이라며 “관광휴양시설의 기본이었던 관광기능인 호텔, 컨벤션 등은 삭제되고 대기업 아웃렛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지역 주민대책위 관계자는“테크노밸리 중심부의 부지가 10년이 넘도록 황무지로 방치돼 지역발전을 막고 있다”며 “언제까지 기존 상권보호를 내세워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기회를 날리는 구시대적 행태에 매몰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권선택 시장의 결정에 따라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논란이 되는 부분을 처음부터 면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3~4개월 정도의 시일이 걸리겠지만, 모든 의혹을 씻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