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90% '부동산' 3년째 제자리 걸음

국부 90% '부동산' 3년째 제자리 걸음

국민순자산, 2013년 말 기준 1경1039조원 추계 GDP의 7.7배… 가계 평균순자산은 3억3천만원

  • 승인 2015-05-17 13:18
  • 신문게재 2015-05-18 10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한국은행·통계청, 국민대차대조표 발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전체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 또한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했다. 2013년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국부·國富)은 1경1000조원대로 전년과 비슷한 국내총생산(GDP)의 7.7배를 유지했다. 실물자산의 90%가 부동산에 묶인 상황은 여전했지만 설비자산은 6%대 수준으로 상대적 부진을 보였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평균 순자산은 가구(2.61인 기준)당 평균 3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대부분 부동산 관련 자산이 차지했다.

▲2013년 국부 1경1000조원 … 증가세 미약=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 작성 결과'에 따르면 '국가 전체의 부'라고 할 수 있는 국민순자산은 2013년 말 기준 1경1039조원으로 추계됐다. 이는 2012년 1경668조원보다 3.5%(371조원) 증가한 규모다.

비금융자산은 1경1078조5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금융자산 1경1625조원에서 금융부채 1경1664조2000억원을 뺀 순금융자산은 마이너스 39조3000억원이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국민, 정부, 기업 등 국내 모든 경제주체가 특정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보여준다.

한해 벌어들이는 총소득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에 비교한 국민순자산의 비율은 전년과 비슷한 7.7배로 나타났다. 호주 5.9배, 캐나다 3.5배, 일본 6.4배(3국은 2012년 기준)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부동산 관련 자산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순자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 관련 자산이었다. 2013년 말 현재 토지자산이 국민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인 53.0%(5848조원)로 전년에 비해 0.7%포인트 줄었다. 또 전년보다 0.3%포인트 늘어난 건설자산 비중 35.7%(3942조원)까지 합치면 부동산 관련 자산 비중은 국민순자산의 88.7%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총생산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2011년 이후 7.7배를 유지하며 정체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가운데 순자산 증가속도도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활동에 대한 투자 인색=국민순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반면 생산활동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과정에서의 자본투입증가율을 수치로 나타낸 통계치인 자본서비스물량증가율은 2011년 4.6%에서 2012년 4.0%, 2013년 3.7%로 3년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에서 자본투입증가율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본서비스물량증가율은 10%대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큰 폭으로 둔화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건설자산·설비자산·지식재산생산물로 구성된 고정자산의 실질 스톡(Stock) 증가율이 2011년 5.1%, 2012년 4.0%, 2013년 3.2%로 낮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자산 가운데 특히 설비자산 증가율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국민순자산에서 설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1%에서 2012년 6.0%, 2013년 5.9%로 하향 추세를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건설자산 비중은 35.4%에서 35.7%로 증가했다. 건설투자에 비해 설비투자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나마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문화·예술품과 같은 지식재산생산물 비중이 3년간 2.2%에서 2.5%로 높아져 성장의 새로운 견인차로 등장한 것이 위안거리다.

고정자산의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배율은 1990년 2.1배, 2000년 2.7배였으나 2011년 이후 3년 연속 3.4배 수준을 유지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한은은 14개 선진국의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고정자산 배율이 평균 3.3배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고정자산 축적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당 순자산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2013년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로 본 가구당(2.61인 기준) 순자산은 3억3085만원으로 추계됐다. 2011년 가구당(2.67인 기준) 순자산은 3억1811만원, 2012년 가구당(2.64인 기준) 순자산은 3억2563만원으로, 2013년 한 해 동안 522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가계 및 비영리 단체의 보유자산 중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64.7%로 미국 29.9%, 일본 39.9%, 캐나다 45.8% 등 주요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비중은 2011년 66.6%에서 2012년 65.7%, 2013년 64.7%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2007년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주택 시가총액의 배율이 2.2배 수준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총생산 대비 주택 시가총액은 한국이 2.2배로 미국(1.3배), 일본(1.8배), 캐나다(2.0배)보다는 높지만 호주(3.0배), 유로존(2.8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주택가격상승률이 호주나 스웨덴, 영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완만했기 때문이다.

한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중은 2013년 44.3%로 2010년과 비교해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비금융법인기업 및 일반정보의 비중은 이 기간 각각 0.5%포인트, 0.6%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소규모 자영업자의 생산활동이 위축되거나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경우 비금융자산 보유비중이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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