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누리예산 떠넘기기 지역교육청 반발

정부 10% 경비의무편성 강행… 열악한 지방재정 위기 불보듯 “대통령 공약 책임져야” 지적

정부가 만3세부터 5세까지의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을 각 시도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하면서 지역 교육청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간의 갈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 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을 통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등 주요 교육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하기로 했다.

'의무지출 경비'는 '재량적 지출경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중앙부처가 지방조직에 예산을 줄 때 강제적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경직성 경비다. 누리과정이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되면 앞으로 각 시ㆍ도교육청들은 무조건 예산의 10%정도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다른 곳에 쓸 경우 다음해 예산 편성시 그 만큼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지역교육청으로서는 우선적으로 누리 과정 예산 부터 편성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지역 교육청들은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누리과정만을 무조건 예산으로 편성하라는 것은 교육재정의 파탄을 부를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적으로 편성할 경우 영유아 보육을 위해 초, 중, 고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수도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이달 말 제주에서 열리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번 의무 지출 경비에 대한 정부 정책의 개선을 촉구한다는 방침이어서 누리과정을 둘러싼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들간의 갈등이 다시 한번 표출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4일 열린 임시총회에서도 전국 시ㆍ도교육감 협의회는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누리과정 재정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은 교육청이 아니라 중앙정부”라며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을 조달하는 것은 지방교육재정 위기를 심화시킬 뿐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 법적으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교육감이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에 집행하는 것으로 유, 초, 중, 고 교육을 위한 예산이다.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누리 과정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사용돼선 안된다”며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 사항인 만큼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지방교육재정 위기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