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성적과 인기'를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반복되는 '용병 흑역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선발투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심판의 판정에 거칠게 불만을 표출하다가 퇴장당해 징계가 예상되는가 하면, 외야 타자용병은 감독의 눈밖에 나고 기량도 기대에 못미치면서 결국 퇴출당해 공백이 발생하는 등 매년 되풀이되는 '한화 용병 실패'는 '지옥훈련'으로 다져진 팀워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화의 용병투수 미치 탈보트는 지난 10일 두산 원정전에 선발 출장해 3회말 보크 판정에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불만을 표출했다. 주심은 탈보트의 이런 거친 돌출 행동에 퇴장명령을 내렸다. 야구계에선 탈보트에게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탈보트의 돌출행동은 이날 경기의 흐름을 끊으며 팀은 완패하고 말았다. 불펜들이 선전했지만 타선은 두산 유희관의 공에 꽁꽁 틀어막혔고 0-6 완봉패를 당한 것이다.
탈보트는 상당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분에 따라 기복이 심하고, 이는 경기력으로 그대로 나타난다는 게 구단 안팎의 전언이다.
지난 10일까지 탈보트의 성적은 8경기에 나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9.20이다. 선발투수로선 많이 부진한 기록이다. 초반 첫 2경기에선 제법 잘 던졌지만, 이후 5실점 이상이 4경기, 5회를 넘기지 못하고 3실점한 게 2경기에 달하는 등 매 경기 실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다른 용병 선발투수 쉐인 유먼도 한 경기씩 걸러 투구가 들썩이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유먼은 7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를 한 경기도 2번에 그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안정감은 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삼성과 롯데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던 두 투수가 독수리 유니폼을 입은 후에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2007년 세드릭 이후 10승 이상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가 없다. 지난해에는 용병 투수 케일럽 클레이를 웨이버공시로 퇴출시키기도 했다. 후속 용병 투수로 타투스코를 영입했지만 '그 나물의 그 밥'이었다는 평이다.
그리고 올해는 외야 용병 타자 나이저 모건을 내보냈다. 모건은 이미 일본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성근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전에서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별다른 역할을 못했고, 2군으로 내려가 있었지만 훈련에는 불성실했고, 기량이 부족해 폭넓은 외야 수비와 중거리 타자라는 기대는 접어야 했다.
한화의 토종 선수들은 지난 겨울 김 감독의 '지옥훈련'을 견뎌내며 올 시즌을 준비했고,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용병들의 공백은 어쩔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선수 조련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라지만, 용병 선수 조련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게 올 시즌 '용병 흑역사'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절실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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