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은 미미하고, 인력도 부족해 단속반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23일 충남지체장애인협회와 단속반원들에 따르면 올해 1~3월 도내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해 단속된 차량은 총 6008대다.
그런데 이 중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한 것은 686대 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5322대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만 내렸다.
지난해도 총 1만2617대가 단속됐는데 1083대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나머지 1만1534대는 경고 조치했다.
적발된 차량 중 대략 10% 안팎에 대해서만 과태료가 부과된 것이다.
계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장에선 “체계적이지 못한 행정시스템 탓”이라는 볼멘소리다.
우선 장애인주차구역 단속업무를 맡는 직원들에겐 차주의 주소 전체 등 상세 차적 조회 권한이 없다. 때문에 타 부서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바쁜 업무를 핑계로 거절당하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 한두 번 거절당하다보면 눈치가 보여 더 이상 차적 조회 요청을 하지 않게 된다.
악순환은 계속돼 부서 간 불통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과태료 부과는 미룬 채 경고 조치로 적당히 마무리 된다.
담당직원들의 업무과중도 민원이 빗발치는 얌체족을 근절하기 어려운 또 한 가지 구실이다.
장애인구역 단속에 대해 일반 주차단속반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고, 복지(장애인)담당 부서에서 책임져야 하는데, 이는 업무혼란에 따른 비효율적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주차 단속에 필요한 차량과 장비, 인력 등 시스템은 모두 일반 주차단속반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에 장애인구역 단속은 공무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전락했고,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업무를 대행하는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해결책으로는 복지부서와 일반주차단속반의 협업이나 차적 조회 등의 권한이양, 예산과 인력 지원 등이 제시된다.
이와 함께 철저한 원칙 적용도 중요하다. 적발 시 100% 과태료 부과나 2회 적발부터 부과 등 뚜렷한 기준 없이 경고와 과태료 부과가 제멋대로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현장의 사정도 모른 채 정부에선 탁상행정으로 지도·단속 지시 공문만 전달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행위 근절을 복지부 차원에서 내세웠지만, 정작 행정적 지원은 없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구역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지만, 정작 비워둬야 할 그 자리는 얌체족들의 개인주차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내 한 단속반원은 “(장애인전용구역 주차금지 법규를)안 지키는 사람은 끝까지 안 지키더라”며 “계도의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이제 강력한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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