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그림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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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그림 놀이터

안상진 작가 '사랑하는 딸에게' 내달 8일까지 호수돈여고 홀스턴갤러리

  • 승인 2015-04-23 14:25
  • 신문게재 2015-04-24 16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우당탕탕 뛰고, 왁자지껄 떠들어도 되는 전시회 '사랑하는 딸에게: 딸을 위한 놀이터'라는 기획전시가 다음달 8일까지 호수돈여고 내 홀스톤 갤러리에서 열린다.

홀스톤 갤러리에는 아빠인 안상진 작가와 딸인 안성민이 그린 수백점에 달하는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최근 안 작가는 딸 성민의 그림들을 정리했다. 딸이 워낙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심심할 때 그리라고 책상 한편에 늘 스케치북을 놓아주었는데 그것이 쌓이다 보니 양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의 그림이 아이의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었다. 그는 몇 달 전 암을 발견해 큰 수술을 마친 후에야 문득 딸의 그림을 한 번 살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큰 뜻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막상 그림을 정리하고 들여다보니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어도 잘 알지 못했던 딸의 이야기와 상상, 그리고 꿈이었다. 기껏해야 A3 크기밖에 되지 않는 스케치북이 딸에게는 가장 넓은 놀이터였던 것이다.

안상진 역시 2009년과 2010년 '하이!서울페스티벌 청계천축제'의 연출감독이자, 2011년과 2013년 하이!서울페스티벌에 '보헤미안 랩소디'와 '하늘놀이터' 작품을 내놓았던 딸 못지않은 '놀이꾼'이었기 때문이다.

안 작가는 놀이터를 만들며 딸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고 한다. 딸의 리듬을 정확히 이해해야 '딸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어서다. 그 과정에서 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딸을 이해하는 왕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기존 만화의 화풍을 배워가고 '놀이'를 잃어간다고 생각했던 것도 반성했다. 아이에게는 기존 세계의 규칙을 공부하는 것조차도 즐거운 '놀이'임을 알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그녀의 딸이 그린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그린 '따라 그림' 앞에 선 관객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직, 놀 줄 아느냐고. 모른다면, 한 판 더 신나게 놀고 오라고 말이다.

그렇게 잊고 있던 놀이의 감각을 더듬으며 안상진은 아이의 놀이와 소통하고, 그 놀이의 터인 '스케치북'을 품은 '메타-놀이터'를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놀이터에는 딸 성민이 어린 시절부터 중학교 2학년에 오른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로 빼곡하다. 그 그림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서 관객들은 깡충깡충 뛰거나, 비틀비틀 걷거나, 아니면 엉금엉금 기어야만 한다. 한 마디로 '제대로 놀아야'하는 것이다.

안 작가의 '메타-놀이터'는 기존 놀이터의 형태와는 다르지만, 기존 놀이터의 기능은 그대로 갖추고 있다. 안상진의 '놀이터-작품'은 기존 시각중심주의를 넘어 온 몸으로 체험하는 작품이다.

안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사회에서 잊혀가는 놀이의 가치를 되돌아보길 바란다”며 “이곳의 놀이가 퍼져나가 도무지 놀 틈 없는 우리 사회에 더 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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