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는 시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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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는 시간, 휴식

  • 승인 2015-04-23 14:16
  • 신문게재 2015-04-24 17면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한성례 한밭도서관 사서
▲ 한성례 한밭도서관 사서
우리가 무언가 제대로 맛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맛보는 대상이 아니라 온전히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소비사회는 항상 새로움을 향한 욕구를 일깨우는 것으로 살아간다. 심지어 소비자가 지금껏 의식하지 못한 욕구까지 지어낼 정도다. 자발적인 것이든 설득당한 것이든 우리 욕심의 꽁무니를 끊임없이 쫓아다니기만 할 게 아니라. 때로는 멈추어 서서 순간의 행복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현재를 온전하게 맛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믿었듯, 순간의 기쁨을 통해 신의 경지에 근접하리라.

우리는 본능만 따르다가는 쉽사리 비만에 걸릴 정도로 영양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에게 적당한 양을 알고 자족할 수 있어야 중독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선택의 기술을 익힘으로써 정보를 덜 읽고 쓰며 저장하는 법을 배우는게 진정한 발달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것, 곧 의지력, 자기 통제력을 확인하는 것이 더욱 절박한 문제다. 자기 통제력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아주 소중한 것이다.

창조적 착상이라는 것은 강제로 끌어온다고 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라 생각의 발길이 닿는 대로 자유롭게 따라가다가, 말 그대로 영감의 여신 뮤즈가 우리에게 입맞춤할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만 얻어진다. 외부의 자극에 휘둘리는 대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우리는 거의 300년이 넘게 계속 가속화에만 치중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속도 지향의 이런 변화는 인생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다. 혼잡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 선정적 오락문화 등은 갈수록 의미를 소홀히 여기며 전체를 조망하는 관조를 힘들게 하고 있다. 오히려 침착하게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가운데서만 근원적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여유를 찾고 휴식을 누릴 기회를 찾지 못하게 막는 것은 대개 우리의 잘못된 습관일 따름이다. 한가로이 거닐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 길이 보일 것이다.

행복한 친구를 구하라. 자신이 죽었다고 상상해보고 스스로를 위한 추모사를 써보라. 그리고 '오디세우스 전략'에 충실하자. 무수한 가능성이라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과 만나는 시간, 이것이 휴식의 본래 의미이다. 행복은 우리 발 앞에 놓여 있다. 그걸 누리지 못하게 막는 것은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욕심이다. 행복의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휴식이 있다. 그러니 외부로부터 덧씌워진 의무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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