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보험사가 진행한 무료영화 시사회. 영화상영 전 1시간 가량 보험상품을 설명한 후 가입신청을 받고있다. |
우연히 얻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무료 초대권을 들고 보러 간 것이 화근이었다.
자리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렸지만 한 생명보험회사에서 나왔다며 건장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자신을 해당 보험사 본부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축 연금보험의 좋은 점을 설명하고는 관람객들에게 가입신청서를 돌렸다.
김 씨는 “영화를 무료로 보여준다고 해서 왔는데 재테크 강연을 먼저 한다고 해 1시간 가량 보험 가입을 종용했다”며 “보험가입 설명을 듣고나니 영화 볼 기운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무료 영화 상영을 미끼로 사람을 끌어모은 뒤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공짜영화 마케팅' 탓에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보험사들이 '무료영화 티켓' 등으로 사람을 모아 숙련된 '홍보 전문 강사'를 조직적으로 투입, 가입 신청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영화 상영을 위해 무대를 통째로 빌려 하루 2회 정도 영화 시작 전 전문 특수판매 강사를 투입, 1시간 가량 500여명의 손님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문제는 더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기 위해 정확한 내용 고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 초대권 뒤편에 작은 글씨로 재테크 설명회를 겸한 무료시사회라고 적어 놓았다.
영화를 보러 온 최모(63·중구 선화동)씨는 “작은 글씨로 써 놓으면 영화 상영 전 보험을 파는지 어떻게 알수 있냐”면서 “더욱이 보험 설명이 재테크 강의냐”고 꼬집었다.
문제는 영화 상영 직전에 최대한 많은 가입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과대·허위 홍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복리나 비과세 등 상품의 좋은 면만을 부각시켜 관람객들을 유혹하는 반면 중도 해약시 불이익이나 사업비 등 가입자들에게 불리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 신분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계약을 관리해주는 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일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무료영화 시사회의 경우, 이날 행사를 진행한 사람이 본인을 A생명 중부지역 본부장이라고 소개했지만 확인 결과 본사 소속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생명 보험사 관계자는 “본사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아마도 대리점 소속 직원으로 예상된다”며 “영업행위를 할때 신분을 제대로 밝히라고 전달했는데 실적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험사들은 숙박 할인카드나 여행 할인권을 미끼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공짜 영화를 미끼로 보험을 판매하는 행위가 보험법 상 위법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정상적인 판매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