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대부업계의 악성적 고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지만 대부업체들은 기준 강화 탓에 소비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 있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20일 대부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협회등록 상위 20개 대부업체 중 14곳이 신용대출 최고금리(지난 1월 기준)를 법정 최고 이자율인 34.9%로 적용하고 있다. 5개 업체는 최고 금리를 34.8%, 1개 업체는 34.7%를 적용해 법정 최고 이자율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특히 8개 업체는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모든 고객에게 최고 금리를 부과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3차례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최저 2%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은행보다 10배나 비싼 이자를 받는 대부업체의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대부업체는 은행들과 조달 비용이 달라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버티고 있다.
자금조달 금리나 대손율 등을 고려하면 자체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는 것이 대부업체의 설명이다.
대부업 금리 인하에 대한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움직임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들과 간담회를 하고 우량고객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국회도 전순옥 의원(민주당)이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선진국 최고 이자율 상한선인 20%대에 준하는 수준의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는 금리를 낮추면 대출 소비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게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심사가 강화돼 승인율이 낮아지고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오히려 사채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에 따른 대출 체계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대부업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당국이 취약계층에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 보급하는 것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가 고금리로 가계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업체의 금리를 다변화시켜 경쟁을 유도, 금리 인하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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