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뱅킹 뛰어넘는 '금융혁신'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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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뱅킹 뛰어넘는 '금융혁신' 펼쳐진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서비스 제공, 언제 어디서나 계좌개설 등 가능 은산분리 규제완화 공감대 필요… 비대면 실명확인 '보완' 해결돼야

  • 승인 2015-04-19 13:52
  • 신문게재 2015-04-20 11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핀테크 시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속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IT와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 시대가 열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가 열고 '은산(銀産)분리'와 실명확인 완화 등을 논의했다.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고 기존의 '인터넷 뱅킹'과는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산분리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필요한 민감 영역이다. 실명확인 완화도 보안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움직임과 과제 등을 알아보자. <편집자 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시화=2000년대 금융권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은행권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불과 3년 만에 인터넷뱅킹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고속인터넷망과 높은 PC보급률 등을 기반으로 인터넷뱅킹이 자리를 잡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이 논의됐다.

2002년 SK텔레콤, 롯데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처시스템 등 벤처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브이뱅크라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금융실명제와 은산분리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2008년에는 국내 시장확대를 노리던 HSBC은행이 오프라인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에 나섰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금융실명제를 위해 국내 저축은행과 연계한 실명확인 서비스를 벌였지만 고객들이 불편함은 느끼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또 한 번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뱅킹이 보편화 됐으며, 스마트폰뱅킹 도입으로 온라인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일반화됐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4년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18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전체 인터넷 뱅킹 등록고객 수는 1억319만명(개인 9683만·법인 636만)으로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섰다.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은 2011년 7481만명, 2012년 8643만명, 2013년 9549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로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 연말 기준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는 6011만명으로 전년 4993만명 대비 20.4% 증가했다.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다.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과 IT의 융합 서비스가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IT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따른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금융소비자들은 기존 인터넷뱅킹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 매장 없이 기존 은행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 받는 것이다. 먼저 은행을 직접 찾아가는 불편함이 없어진다. 지점방문 없이 스마트폰 등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거나 통신사 고객데이터 및 제3자 인증기관을 통한 고객 정보 인증도 가능하다. 이체 거래도 편리해진다. 비밀번호나 지문인식 등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휴대전화 전화번호부나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수료도 적어질 수 있다. 기존 은행의 점포 운영 비용인 건물 임대료, 인건비 등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 혜택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검색과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 상품도 추천받을 수 있다. 또한 모바일 채널로 상품에 대한 전문가의 상담도 받을 수 있으며 개인자산 관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기존 은행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 움직임=해외에 비하면 국내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일본과 미국은 이미 1990년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중국도 올해 최초의 민영 인터넷은행인 위뱅크(WeBank)를 만들었다. 알리바바 역시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받고 준비 중이다.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규모는 40조원으로 추정된다. 한 투자증권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기와 전체 은행이 차지하는 점유율 등을 반영해 조사한 결과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규모는 총자산 47조1000억원, 당기순이익 4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에서는 IBK기업은행이 대표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자회사 형식의 설립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롭게 선보이는 통합 플랫폼 '원(ONE)뱅크'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핀테크 사업부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이다. 인터넷 기반으로 성공한 키움증권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관련 TF팀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중에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 포털사가 주시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로 핀테크 선두주자로 나섰다. 다음카카오는 간편 결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TF팀을 꾸리며 사업성을 검토중이며, 정관변경을 통해 신규 사업목적에 전자금융을 추가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지식쇼핑에서 쓸 수 있는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 체크아웃, 네이버캐시, 마일리지를 통합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인터넷전문은행 '아이뱅크(I-Bank)' 설립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1998년 지방은행인 경기은행 퇴출 이후 금융산업이 퇴보하고 서민금융시장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과 경기도상공회의소, 도내 기업 등과 함께 재원을 마련해 내년 7월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조건=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서는 은산분리 완화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일반은행의 경우 4%까지, 지방은행의 경우엔 15%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지분 한도를 30%로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금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2002년과 2008년 두차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움직임이 있었지만 은산분리 문제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특히 은산분리 문제는 재벌의 사금고화 등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정래 태평양 변호사는 “재벌에 대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불허하되 그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업 진입단계에서의 금융위 인가제도, 은행업 운영단계에서의 대주주와의 거래 규제, 은행 경영의 독립성 확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실명확인도 풀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 안 되면 존립 자체가 힘들다. 해외의 경우 비대면 실명확인을 위해 신분증, 가입신청서 이외에 기존 거래 계좌나 자택우편 등을 이용해 본인 확인만 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보안을 중시하는 금융업의 특성상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설립 최소 자본금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시장 안정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을 설립할 때 필요한 최저자본금은 시중은행 1000억원, 지방은행 250억원이다.

특히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뱅킹서비스만을 하는 것은 기존 인터넷뱅킹과 차별성이 없어 성공하기 어렵다. 새로운 대면채널 운용 전략을 통한 시너지와 비용절감, 타산업과의 제휴를 통한 고객층 확대, 온라인의 특성을 활용한 해외진출 등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감독방안도 마련해야한다.

●은산분리란=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의미한다. 즉, 산업자본(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제도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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