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에서 독수리로 변신한 권혁(32)이 한화이글스 불펜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다. 팀에게는 든든한 마운드로, 자신에게는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된 올 시즌이다.
지난해 FA를 통해 삼성에서 한화이글스로 둥지를 옮긴 권혁은 올 시즌 15일 낮 현재 9경기에 출전해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63을 마크하고 있다.
9경기에서 11과 3분의 2이닝 동안 12개의 안타(홈런 2개 포함)을 허용했지만 삼진을 무려 14개를 잡은 반면, 볼넷은 2개밖에 내주지 않는 등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투구가 좋아지는 게 눈에 띈다.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지난 14일 1과 3분의 2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지만 탈삼진 1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지난 10일 롯데 원정전에선 2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1빈볼, 4탈삼진 1실점(1자책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권혁은 앞서 지난달 21일 대구구장 시범경기에서 삼성을 상대로 첫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친정팀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권혁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주가를 날렸던 불펜 투수다.
2007년부터 6년 연속으로 두자릿수 홀드를 달성했으며,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 참가해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고, 2009년에는 21홀드로 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닝 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지난 시즌에는 34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한 것이다.
고민하던 권혁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겠다는 각오로 한화이글스의 일원이 됐고, 최근 2경기에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롯데와 삼성을 상대로 힘의 대결로 이긴 것이다.
권혁은 지난 14일 삼성전을 마친 직후 “지난 유먼 경기를 지켜주지 못했는데 오늘 경기는 실점없이 지켜주고 싶었다. 한화로 온 이후 즐겁고 재미있게 야구하고 있다”며 “오늘 경기에서 힘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정면승부를 했다. 포수 정범모와의 호흡도 좋았다”고 했다.
힘으로 정면승부를 한다는 자신감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지난 겨울 독수리로 둥지를 옮긴 권혁은 자신이 택한 새로운 도전의 성공을 위해 겨울 내내 비지땀을 흘리고 또 흘렸고, 그 결과물을 하나 하나 만들어 내고 있다. 한화에서 권혁은 그렇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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