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박이자 요리의 'ㅇ'자도 모르던 유학파 젊은 청년이 대전에 정착한 지 3개월째. 그는 중3 시절에 유학길에 올라 10여년 동안 외국 생활을 하며, 외국계 펀드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우며, 음식에 대해 빠져들었다.
그의 이력 중 특이한 점은, 창업하기 전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카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다는 점이다. 음식점 아르바이트가 요리사의 꿈을 처음 갖게 해준 셈이다.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으면 어떤 음식인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궁금증도 많아졌다.
음식이 좋아 중국 북경을 다녀왔을 정도다. 어쩐지 '그'와 '요리'는 운명 같은 인연이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한 열정으로 가득 찬 더 트리비스 남유석(30·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이렇듯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중국어·경제학을 전공한 금융계 유망 청년이었던 남 대표에게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
남 대표는 “공부보다 요리하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며 “유년시절에서 '아르바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음식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남 대표는 1년 넘게 회사에 다니며 주말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배웠다. 완강히 반대하던 부모님마저 그의 꿈을 허락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남 대표는 대전의 중심 상권이 아닌 사람의 발길이 드문 원도심의 옛 대전극장 인근에 '더 트리비스(the THREE Bs)'라는 이름으로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외국 유학시절 배운 요리와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까지 더해 정통 '수제 버거, 해외수입맥주·수제 맥주'를 판매한다.
남다른 버거 맛으로 외국인들은 물론 20~30대 여성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주말이면 손님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남 대표는 한국과 미국생활의 장점만을 사업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는 “요리사보다는 요리하는 사람이고 싶다”며 “한국에 수제 버거가 많지만, 미국 본토의 수제 버거를 제공해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더 트리비스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적이지만 반짝이는 젊은 아이디어와 소탈함, 유쾌하고 순수한 면이 '대가'의 '대가다운' 면모를 짐작케도 한다.
그는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고 비싼 곳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침체돼 있지만 가능성이 있는 곳, 즉 발전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았다”며 “은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대전의 원도심인 은행동을 '서울 이태원'처럼 만들고 싶다는 큰 포부도 밝혔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닌, 플리마켓,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젊은사람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고 싶다는 게 그의 장기적인 계획이다.
남 대표는 “지리적인 강점을 이용해 더 나아가 힙합 공연 등 문화공연을 열고, 지역 상권을 살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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