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이하 연구로) 개선사업 국제 경쟁입찰 수주하며,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원자력 기술수출 사업 기록했다.
그동안 하나로(30MWt) 자력설계·건조·운영(1995년), UAE 상용원전(1400MWt) 수출(2009년), 요르단연구로 시스템(5MWt) 일괄수출 달성(2009년), 수출용 신형 연구로(20MWt급) 구축 착수(2012년~)를 비롯해 2009년 태국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2012년 말레이시아 연구용 원자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추진 등 꾸준히 기술확보 및 수출을 진행해 왔다.
▲연구용 원자로는 무엇인가=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핵분열로 얻은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달리 연구용 원자로는 핵분열로 발생한 열은 날려버리고 중성자만 활용한다. 이를 통해 의료용 및 산업용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핵연료 및 원자력 재료 성능 실험, 물질 구조 연구 및 신물질 개발 등을 수행하는 역할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하나로 가동을 시작한 이후 연구로 주요시설 설계연구, 중성자 이용연구 등 기초·응용연구, 방사성 동위원소 등 의료제품 생산 등 연구로 관련 기술력을 쌓아 왔다.
특히 하나로 및 냉중성자 실험시설을 이용하는 중성자 이용연구는 전자부품, 컴퓨터칩 등 개발에 활용되는 나노소재 원천기술 개발, 난치병 치료에 활용되는 약물전달 물질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 실험시설을 벤처 및 중소기업들에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수주에 성공한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로 역시 '냉중성자 연구' 활성화를 위해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개조사업 내용의 핵심이다.
▲OYSTER 프로젝트(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사업) 사업 수주 요인과 의미=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에 이번 사업 수행을 통해 구축될 동일한 냉중성자 연구시설(CNRF:Cold Neutron Research Facility)을 설계부터 정상운전까지 자력으로 완성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특히 OYSTER 경우와 같이 가동 중인 원자로라는 고방사선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냉중성자 설비를 설치했다는 것이 발주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과 컨소시엄 구성사, 관계기관 간의 긴밀한 팀워크가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 사업수주를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 구성사들은 하나로 냉중성자 연구시설 구축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총리,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연구로 등 원자력 기술 분야에 대한 지속적 협력과 관심을 적극 표명하는 등 정부 차원의 외교·정책적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유럽 지역은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인 프랑스 ILL, 독일 FRM-2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구로 분야 기술력에서도 최고를 자부하지만 이번 AREVA(프랑스), NUKEM(독일)-NIEKET(러시아) 컨소시엄 등 쟁쟁한 유럽 원자력 기업이 참여한 입찰에서 우리나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연구로 시장 공략 무대를 유럽까지 확장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또 네덜란드는 현재 운영 중인 연구로(HFR)의 노후화로 인해 신규 연구로 건설 프로젝트인 PALLAS 사업을 재추진(2007년 국제입찰 진행 후 무효화)할 것으로 전망돼 이번 사업 수행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해당 사업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술의 경쟁력 및 향후 수출 계획=우리나라는 하나로 자력 설계·건조·운영 경험과 요르단 연구로 시스템 일괄수출 달성, 수출용 신형 연구로 구축, 네덜란드 연구로 개선사업 수주 뿐 아니라 러시아·리비아·말레이시아 등 총 10여개 국가에 30여개의 연구로 기술을 수출하며 풍부한 경험을 확보했다. 기존 사업들을 통해 연구로 핵심계통 설계 및 건설 기술을 입증했다. 또 23기의 상용원전 건설경험으로 원전 기기제작사들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첨단 기술력이 요구되는 냉중성자원과 시설 계통, 중성자 유도관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냉중성자 산란장치도 자체적으로 개발·설치하고, 성능 검증과 안전운영 체계 확보를 완료했다. 현재 세계에서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미국, 독일, 호주, 일본, 러시아, 헝가리 등 7개국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냉중성자 연구시설은 품질 면에서 프랑스, 미국 등에 이어 세계 3위권의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
세계 246기의 연구로 중 60%는 40년 이상 지났고, 향후 20년 내 신규 및 기존 연구로 대체수요가 30~50기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업수주를 통해 제고된 국가 원자력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향후 세계 연구로 시장 선점 뿐 아니라 상용원전 수출 등에 있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연구로의 경우 연구로 시스템 신규 건설 수요와 노후설비 개선을 위한 기기·설비 교체·핵연료 공급 등 다양한 파생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연구로 핵연료 시장 및 연구로 시장 진출 확대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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