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성토가 이뤄져 말썽을 빚고 있는 대전 서구 용문동 유등천 인근 주택가 나대지의 건축공사 예정지를 인근 주민이 둘러보고 있다.
임병안 기자 |
게다가 성토작업에 쓸 수 없는 특정폐기물로 분류되는 오염된 흙이 무분별하게 매립됐다는 의혹도 제기돼 환경당국의 정확한 규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 성토와 폐기물 흙 매립 의혹으로 말썽을 빚는 현장은 대전 서구 용문동 유등천 앞의 주택가 건축예정지 나대지다. 이곳에 흙을 실은 대형트럭이 오간 것은 지난 달 초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빈 공터로 남아 있던 주택가 나대지에 외부에서 가져 온 흙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이달 초 3700㎡ 면적의 땅이 사람 키보다 높게 솟았다. 덤프트럭 수십 대가 한 달 가까이 동원된 불법성토로 축구장 규모의 대지가 튀어 올라 나왔다.
주택가 안에 있는 공터는 흙을 쌓는 성토작업을 통해 당초보다 1.2m~2.7m 높아진 상태로, 성토부지 경계선엔 옹벽으로 마감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성토작업이 지자체에 토지 형질변경에 따른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돼 자연재해에 대한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흙을 쌓아 50㎝ 이상 높아질 때 토지의 형질변경에 해당해 구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때 성토에 따른 주변 침수 등 피해를 고려하게 된다.
인근 주민들은 장마철 빗물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곳으로 흘러 침수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택가 공터에 흙이 수백t 쌓이고 전보다 평균 1.5m 높아져 빗물이 빠져나갈 곳이 사라진 상태다. 장마철 빗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불법 성토된 곳과 인접한 빌딩 지하층에 유입되거나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용문동 주민 이모(45)씨는 “흙을 쌓아 사람 키보다 높아진 곳이 축구장보다 넓은 부지가 새롭게 만들어져 주민들도 공사에 의문이 많았다”며 “장마철 빗물이 거꾸로 흘러 침수피해가 생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성토에 사용된 흙이 폐기물과 뒤섞여 있어 지금처럼 유등천 옆에 매립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주민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성토과정에서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검은 흙이 현장에 반입됐다가 주민 민원을 받고 흙을 되 담아가거나 트럭째 돌아갔다는 복수의 증언이 있었다.
현장에는 여전히 건축폐기물로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생활폐기물이 흙 속에 혼재돼 발견되고 있다.
해당 부지에 성토과정을 주관한 이모씨는 “2013년 건축허가를 받을 때 성토까지 허가된 것으로 생각해 구청 방문 후 흙쌓기 작업을 벌였다”며 “흙은 전문회사에 맡겨 유성과 괴정동 등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으며, 문제가 될 흙은 묻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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