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이문제]생가와 동상뿐…볼품없는 '신채호 생가지'

[이현장,이문제]생가와 동상뿐…볼품없는 '신채호 생가지'

인물업적 담긴 역사자료와 안내판 태부족 …청주에 있는 사당·기념관과 대조적 '씁쓸'

  • 승인 2015-04-08 18:23
  • 신문게재 2015-04-09 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이현장,이문제] 10분이면 관람 끝나는 '신채호 생가지'

▲중구 어남동에 있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지는 잘 정비된 모습이지만, 인물에 관한 정보와 역사적 자료가 전무해 찾아오는 시민들로부터 볼 것 없는 곳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중구 어남동에 있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지는 잘 정비된 모습이지만, 인물에 관한 정보와 역사적 자료가 전무해 찾아오는 시민들로부터 볼 것 없는 곳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김지훈(12)군은 친구들로부터 '역사왕'으로 불린다. 수업시간에 몰래 역사책을 볼 정도로 역사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가장 존경하는 위인도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다. 김군은 지난 주말 부모님을 졸라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 있는 신채호 생가를 찾았다.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김 군은 실망했다. 신채호 선생의 동상이 김군을 맞이했고 유년시절을 보낸 생가가 복원돼 있었지만 그 두 가지뿐이었다. 신채호 선생의 사진은 물론 업적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혀 없었다. 생가에 도착한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김 군은 실망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민족의 얼을 부활시킨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가 '볼 것 없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전 출신인 단재 선생은 손꼽히는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임에도 생가는 알맹이 없이 형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단재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2~1999년 중구 단재로 229번길 47 일원에 생가복원과 동상건립 등 단재 선생의 생가지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결과 잘 정비된 생가와 위엄이 느껴지는 동상, 넓은 소공원 등이 조성됐지만 단재 선생을 알 수 있는 참고 자료들은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 6일 기자가 단재 선생의 생가지를 찾았을 때도 김 군의 실망감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서부터미널에서 시내버스 32번을 탑승, 30~40분 정도를 달려 단재 선생의 생가가 있는 도리뫼 마을에 도착했다. 단재 선생 생가지는 정류장으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 생가지에 들어서자 왼손에 책을 펼쳐들고 오른손은 주먹을 꽉 쥐고 선 단재 선생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봄의 생기를 먹은 듯 푸른 잔디와 소나무들이 생가지 주변에 즐비했다. 복원된 생가는 기역자 초가집 형태로 창고채가 딸려있었다. 사랑채에는 책을 보는 어린 단재 선생이, 안방에는 선생의 어머니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가 조성돼있었다. 다른 방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투사들이 고문당했던 서대문형무소의 빨간 벽돌 2개가 전시됐다. 더 볼 게 있을 거라 생각하고 둘러봤지만 끝이었다. 기자가 단재 선생의 생가지를 둘러보는데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단재 선생의 업적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동상 옆 건립비와 생가 앞 안내판뿐이었다. 이마저도 단재 선생의 삶을 7줄 정도로 짧게 설명해놓아 자세한 내용은 알기 힘들었다. 단재 선생의 생가는 깔끔히 복원됐지만 그를 알 수 있는 내용물이 전무한 셈이다.

이날 단재 선생 생가지를 찾은 한 시민은 “신채호 선생은 대전에서 태어나 자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데 생가에 관련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다”며 “일생이나 일화, 업적, 작품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나 안내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재 선생의 생가와는 달리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 선생의 생가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몽양 선생의 생가는 지하 1층은 기념관, 지상에는 생가를 복원한 형태다. 기념관에는 몽양 선생의 삶을 조명하는 상설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출생부터 독립운동, 독립 후 건국준비활동과 좌우합작운동, 서거까지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돼있다. 몽양 선생의 사진과 친필, 관련 도서들도 전시돼 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단재 선생의 묘소와 사당에는 단재 기념관이 있다. 조선혁명선언과 대형 초상화, 여순 감옥에서 사용했던 수형표와 수형자 모자 등이 전시돼 있고 단재 선생의 일대기가 기록돼 있다.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단재 선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대전은 단재 선생의 고향인 만큼 생가에 그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단재 신채호 선생 생가의 가장 큰 문제는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라며 “적어도 일생이나 일화, 업적 등을 설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 자료나 안내판 등을 추가로 설치해 관람객들이 생가에서 20~30분 정도는 머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단재 신채호 선생은 1880년 12월 8일 충남 대덕군 산내면(현재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서 출생, 8살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재 신채호 선생 생가지는 지난 1991년 10월 31일 시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됐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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