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이 체결된 지 2년이 다돼가지만, 허술한 업무협약 과정에서 촉발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원안에서 한참 후퇴해 '축소와 변질'된 수정안조차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4개월째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협상이 자칫 오는 6월 실시설계 승인 전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콤플렉스는 물론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사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2018년 12월 문을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교통영향평가를 포함한 여러 절차를 우선 거쳐야 한다. 이어 두 달 정도 후인 6월 내에 기본·실시설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물론, 승인을 받기 전에 모든 설계를 마쳐야 한다. 설계를 하기 위해선 투자 재원규모가 명확히 나와야 하지만, 미래부의 500억 지원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7월 500억 지원 업무협약과 2014년 8월 재확인 공문에 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주)신세계 컨소시엄과의 실시계약 체결까지 미래부는 여전히 500억 지원에 대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대전시에 제시한 방안이 바로 '분산 지원'이다. 300억 원과 200억 원을 나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500억을 한꺼번에 지원할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과 협상을 했던 대전시와 (주)신세계 측에서는 수용할 수 없었다. 신세계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상 43층 규모의 건물에는 공공성과 과학성을 위한 15개 층 규모의 사이언스센터를 비롯해 유통상업시설, 문화관광 등 복합시설이 입주하는 게 전제였기 때문이다.
시와 신세계는 미래부가 지원하는 500억을 과학도서관과 사이언스홀, 키즈 테마파크, 과거와 현재·미래체험관, 멀티플렉스와 쇼핑 시설 등의 과학체험·문화관람시설로 구성된 사이언스센터 조성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꼼수’ 논란이 거셌지만, 대전시는 재원 마련이 어려운 미래부를 배려해 분산 지원도 넓은 의미에서 500억 지원이 될 수 있어 수용할 분위기였다. 그런데 300억 재원을 마련해 주리라 믿었던 과학기술공제회가 거부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미래부의 꼼수가 계속되자 지역사회 곳곳에서 500억 지원 조건으로 무상제공하기로 한 과학벨트 핵심 사업인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지를 반환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셀 정도였다.
2개월여 후인 3월초 미래부가 협상안을 다시 가져왔다.
하나는 300억 지원 주체가 공제회에서 미래부 산하기관인 연구개발진흥재단으로 변경됐고, 대전시가 맡으려 했던 과학도서관 운영은 미래부가 맡겠다는 것이다. 대신, 대전시가 신세계로부터 받기로 한 도시균형발전기금 180억 원을 사이언스센터 조성과 운영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물론, 시는 수용할만한 제안이 아니라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구소기업 설립이 가속화되고 있기에 연구소기업지원센터를 콤플렉스에 공동으로 조성하고 특구진흥재단이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신, 대전시가 신세계로부터 지원받는 발전기금 180억 원을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권선택 시장은 “미래부도 약속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방식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500억 지원 약속이라는 원론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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