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로 세상과 소통 '창작'
대학 진학위해 검정고시 준비
언젠가 읽은 글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청춘(靑春)이란 글자엔 가로획이 많은 게 어쩐지 마음에 걸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청춘의 '가로획'은 수많은 아픔과 역경을 뚫고 올라가야 하는 '아픔'일 것이다. 아픔의 '가로획'을 뚫고 열정으로 피어나는 청춘의 꽃처럼, 시집 두 권을 세상에 내놓은 '장애인 시인' 위수연씨를 만나봤다.
위 씨는 대전에서 딸부자집 7공주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출산 당시 산소부족을 겪으며 칠삭둥이로 태어난 아기. 처음에는 장애가 있는 줄 몰랐지만 다른 아기들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지는 성장발달과정으로 인해 장애 사실을 알게 됐다.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 쉼없이 몸이 뒤틀리고 저절로 팔이 움직인다. 몸을 가누지 못해 자신의 힘으로는 휠체어에도 앉아있을 수 없다. 휠체어에 몸을 묶어야 그나마 가눌 수 있는 몸. 심한 강직으로 인해 굽어진 손가락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 상처가 그치지 않는다. 손가락을 펴기 위해 보조장비를 대고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늦추기 위해 1회에 수십만원을 들여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근육이완제도 삼시세끼 계속 먹어야 한다.
혼자서는 몸도 가눌 수 없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뿐. 하지만 뒤틀리고 앙상한 몸에서도 아름다운 시심 만큼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머릿속에는 시가 있었고 '대한민국장애인창작집필실'(이하 창작집필실)의 박재홍 대표를 만나면서 시 작업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창작집필실'은 장애인 작가들을 위한 전국 최초의 민간 레지던시 공간이다. '창작집필실'을 통해 지금까지 2권의 시집을 냈다. 2011년 첫 시집 '엄마'에 이어 두 번째 시집 '휠체어의 비명'은 지난 1월 출판기념식을 가졌다.
▲ 장애인 시인 위수연 씨(사진 왼쪽)와 언니 정순씨. |
위 씨와 함께 살며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둘째 언니 정순씨(45·아회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는 “동생의 몸은 불편해도 생각은 일반인과 같다.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많은 생각들이 시로 승화되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씨의 시작(詩作) 과정도 돕고 있는 정순씨는 “동생과 눈으로 대화하며, 동생이 생각하는 단어들을 정리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시를 쓰고 시집을 발표하면서 동생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다. 사물에 대해 둘러보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도 더 넓어진 것 같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동생의 시를 늘 받아 적는다”는 정순씨의 스마트폰에는 아직 세상에 발표하지 않은, 위 씨의 시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시를 써서 행복하다. 시를 쓰면 내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고 싶다”는 위씨는 대학에 진학, 문예창작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2013년 초등검정고시 합격에 이어 2014년 중등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오는 12일 고졸검정고시 시험을 앞두고 있다.
정순씨는 “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공부까지 함께 해야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라면서도 “동생의 공부를 위해 안구로 움직이는 컴퓨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안구로 움직이는 컴퓨터’가 있으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동생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고가의 비용 때문에 구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저런 현실적, 경제적인 문제들로 정순씨의 머리는 복잡하겠지만 “언니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라며 웃는 위씨의 한마디에 정순씨의 얼굴에는 금새 미소가 돌았다.
한용운의 시를 좋아하는 위 씨와 언니 정순씨, 서로 믿고 의지하며 시를 이야기하는 두 자매의 봄날이 아름답다.
김의화 기자 joongdonews1951@
날고 싶다
위수연 詩
나는 바람이고 싶다
나는 하늘을 나는 새이고 싶다
마음껏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작은 휠체어가 나의 날개이기에
그냥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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