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들의 축제분위기 속에 성대하게 개최되어야 할 역사적인 KTX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이, 반쪽짜리 축제 행사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KTX 호남선이 기존 이용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대전역을 배제한 상태로 운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0만 호남 출향인을 비롯한 대전시민들은 열차 이용에 큰 불편함이 따르게 됐고, 나아가 충청~호남지역 왕래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KTX 신노선 개통에 따라, 호남지역 입장에서는 열차 운행횟수 증가 등으로 인해, 실익을 챙긴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충청·호남지역 모두 이용 불편 등 교통·생활부분에서 손해를 보는 측면이 적지 않다.
이는 향후 충청·호남 상생발전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KTX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앞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9일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코레일 등에 따르면, 다음달 계통 예정인 KTX 호남고속철도는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신노선을 통해 광주와 여수로 직통한다. KTX가 거치지 않는 서대전과 계룡·논산 지역의 편의를 위해서는 용산~서대전~계룡~논산을 거쳐 익산이 종점인 별도의 KTX가 운행된다. 이에 따라 대전에서 호남으로 갈 경우, 반대로 호남에서 대전으로 갈 경우 익산역에서 모두 환승을 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게 된다.
여기에 용산~익산 간 열차는 주중 16회, 주말 18회로, 편도는 8~9회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운행횟수와 비교하면 주중·주말 모두 70% 이상 감축된 것이다. 직장인 등 서대전역을 주로 이용했던 충청·호남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서대전역은 국내 교통의 중심으로 호남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13년 기준 호남선 서대전역 이용객수(승하차)는 연간 489만4428명으로 조사됐다. 신노선의 환승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익산역은 같은 기간 387만1394명에 그쳐 서대전역과 100만명 이상 차이가 났다. 여기에 KTX 신노선이 경유하는 오송역과 정읍역의 경우도 각각 228만5354명, 113만2388명이 이용하는데 머물며, 서대전역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서대전역이 KTX 신노선 개통으로 열차 운행이 크게 감축(KTX 기준)된 것과 관련,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경제단체 등은 향후 대안마련의 시급성을 지적하고 있다.
유병구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KTX 서대전역 미 경유는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된 것으로, 지역민들의 서운함이 크다”면서 “서대전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상의 역시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된 후 이용객수와 경제성을 고려해 KTX 정차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도 전문가들은 기존 호남선의 저속철 문제 해소와 충청·호남지역 상생발전 방안으로 서대전~익산역 구간 선로 직선화 개량사업을 꼽고 있다.
정예성 미래철도연구원 원장은 “지역에서 호남선 개량사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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