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옆에 있는 아파트는 여름에 창문도 못 열 정도로 소음이 극심합니다.”
지난 20일 찾은 대전 대덕구 중리주공1단지와 법동주공2단지 아파트. 철도와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웅웅'거리는 기차의 엔진 소리로 가득했다.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에 위치한 조차장역과 검수고에는 기관차가 계속 들락거렸고, 10~20분에 1대 꼴로 KTX와 무궁화 기차가 지나갔다.
기차가 지나면서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철크덩, 철크덩' 소리는 아파트를 울렸고, 일부 열차는 '빠앙'하는 굉음이 발생하는 클랙슨을 울리고 지나가기도 했다.
해당 구간을 지나는 기차와 화물기차는 평균 주중 292대, 주말 313대로 새벽에도 운행하는 화물기차의 특성상 이곳 주민들은 24시간 소음에 노출돼 있었다.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다른 아파트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박탈감 갖고 있었다.
경로당에서 만난 김종림(93) 할머니는 “철도와 가까울수록 소음이 심한데, 위층의 경우는 건물이 떨리는 느낌이 올 정도로 심하다”며 “노약자나 돈 없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 그런지 그동안 말을 해도 신경을 안 써주는 것 같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공 2단지 관리사무소장은 “그동안 계속해서 소음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루어 진 건 하나도 없다”며 “바로 옆 3단지는 방음벽이 생겼는데,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껴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철도변 산책로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노인들이야 그동안 살아와서 그런 지 참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사람들은 바로 나간다”며 “철도를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에서 아이가 있는 젊은부부가 이사오자 마자 나가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기관차 엔진을 예열하는 소리인지, 실험을 하는 소리인지 탱크가 지나가는 듯 한 엄청난 소음이 매일 들린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건 그저 다른 아파트처럼 우리 아파트에도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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