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간병비가 입원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의 허리를 짓누르고 있다. 하루 간병비는 적게는 7만원, 많게는 9만원으로 한 달이면 210만~270만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증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 입원비나 치료비보다도 간병비가 비싼 경우도 있어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셈이다.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공동간병인제도'가 주목받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아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공동간병인제도는 상대적으로 병증이 약한 환자들을 6인실 병실로 모아 2명의 간병인이 각각 환자 3명을 간병하는 제도다. 비용은 5만~5만5000원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 6개 종합병원의 경우 22일 현재 건양대병원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7개의 공동간병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을지대병원은 5개, 대전선병원과 유성선병원은 각각 4개와 2개의 공동간병인실을 운영중이다. 충남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의 경우 각각 2개의 공동간병인실을 갖추고 있다.
지역민들의 의료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종합병원들이 겨우 22개의 공동간병인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인원으로 계산하면 132명만 공동간병인실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공동간병인 제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병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최근 5대 사망원인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으로 인한 간병비는 1조297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뇌혈관질환이 62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암 4550억원, 당뇨병 1260억원원, 심장질환 955억원 등의 순이었다. 간병비는 2012년 총 직·간접비용인 32조4187억원의 4%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5대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인 만큼 다른 질환을 포함하면 간병비로 나가는 지출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갑상선암으로 투병중인 어머니를 지역 A종합병원에 입원시킨 이모씨(49)는 맞벌이 부부인데다 고3, 고1인 아들과 딸의 교육을 위해 개인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한 달 간병비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220만원의 간병비가 청구됐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입원비, 치료비, 각종 검진비 등 총 의료비는 130만원 정도였다. 어머니의 음식값,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사용한 교통비 등 기타 비용을 합해도 간병비가 훨씬 비쌌다.
이 씨는 “옆에서 직접 어머니를 챙겨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시간이 갈수록 간병비가 점점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신 모씨(45)도 간병비 걱정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신 씨의 경우 이번달 초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지역 B 종합병원에서 다리 골절 수술을 받고 입원중이다. 신씨는 맘 같아선 휴직하고 아내 곁을 지키고 싶지만 직장 업무로 인해 간병인을 쓰고 있다. 간병인이 24시간 아내를 돌봐줘 안심이지만 하루 8만원의 간병비는 점점 쌓이고 있다. 아내는 4월 말까지 입원이 필요해 간병비로만 400만원 정도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신씨는 “사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하고 있어 아내 의료비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인데 간병비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같이 비싼 간병비 부담은 이 씨와 신 씨만의 고민이 아니라 대부분의 환자들 본인과 가족들의 짐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공동간병인제도'가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는 “공동간병인 제도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간병의 질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앞으로 공동간병인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점차 많아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유지되리라 보지만 현재 시행 중인 공동간병인실은 부족한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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