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하고 고객 편의를 노이기 위해 보험사에서도 자유롭게 고객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재벌계 보험사가 지급결제까지 할 수 있으면 사실상 '삼성은행'이 출현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은행과 보험사가 정부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은행장 10여명이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달하자, 바로 다음날 보험사 사장 9명이 정무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다.
2008년에도 정부가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으나 은행의 반대로 번번히 미뤄지다 2012년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 결국 무산됐었다.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보험사는 사실상 은행과 똑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고객들은 보험사에서 계좌를 만들어 급여 이체, 카드대금 결제, 자동이체 등을 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지급결제가 가능하면 은행과 다를 바가 없다”며 “특히 삼성 등 재벌기업이 상당수 보험사를 운영 중이어서 '은산분리'의 근간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은행들은 자산과 순이익, 직원수에서 시중은행과 맞먹는 삼성생명을 경계하고 있다.
반대로 보험사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선 지급결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축은행, 우체국,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들은 지급결제를 허용해 준 반면 보험사만 반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핀테크(금융+IT기술)', 금융업종 간 칸막이를 허무는 등 급변화는 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모든 사안에서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고객”이라며 “원스톱 금융서비스나, 소매금융에서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지급결제 허용으로 소매금융에서 은행과 경쟁하게 되면 보다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2009년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이후 고객들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이용하면서 보다 높은 금리 혜택을 누렸다.
또다른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예금을 유치하려면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 할 수 밖에 없다”며 “경쟁이 치열할수록 혜택을 보는 것은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은행들이 반대하는 것은 자기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을 다른 산업에도 허용하는 추세”라며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대응을 위해서라도 지급결제 허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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