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선거 돈봉투로 얼룩… 무더기 재선거 우려

충청권 당선인 10명 수사대상…선거법 위반 신고 증가할 듯

지난 11일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공명선거를 가치로 내걸고 전국동시선거로 치러졌지만 금품 살포 등 불·탈법행위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충청권 지역에서는 모두 10명의 조합장 당선인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기소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칫 재선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2일 대전선관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과정에서 대전 2명, 세종·충남 6명, 충북 2명 등 모두 10명의 당선인이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전국적으로는 조합장 당선인 10명 중 1명꼴인 100여 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상 조합장 선거 당선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직을 잃는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와 위반행위 경중에 따라서는 일부 조합의 경우 재선거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번 선거 역시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조합장 당선자 중 상당수가 금품 살포, 향응 제공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선거과정에서 73건의 불법행위를 적발, 이 가운데 5건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모두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혐의다.

충남지역 A조합 당선인 B씨는 조합장으로 근무하면서 조합 예산으로 총 4800만원의 경조사비를 내는 등 직무상 행위를 빙자한 기부행위를 한 것이다.

대전지역 C조합 당선인 D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 유료 문자전송사이트를 이용해 조합원의 76%인 1300명에게 선거운동 목적으로 1만9000여 통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D씨를 포함, 대전에서는 사전선거운동으로 2명이 선관위로부터 고발 조치돼 있다.

통상 선거 이후에도 선거법 위반 사례 등이 추가로 접수되는 만큼 수사 대상이 되는 당선인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전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선거운동을 근절하기 위해 전국동시선거로 치렀지만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보다 깨끗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기관은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9월 11일까지 선서사범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며 당선자의 당선 무효가 확정된 조합은 5일 이내에 지역 선관위에 선거를 재위탁해야 하고, 사유 발생 30일 이내에 재선거해야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