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집결지를 도려 낸 대전 유천동은 6년 전 수술을 끝낸 흉터가 지금껏 아물지 않았다.
집결지 해체 후 유일한 관리대책으로 추진된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유천동의 변화를 오히려 옭아맨 채 백지화를 앞두고 있고, 성매매라는 꼬리표를 지우지 못해 사람 발길마저 끊겼다.
특히, 그 사이 옛 집결지와 주변의 골목상권이 무너져 “그 시절이 좋았다”라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대전 유천동은 성매매집결지 해체라는 수술 후 상처를 치유하는 정책은 없었다.
2008년 당시 경찰의 칼끝이 향한 유흥업소가 하나 둘 먼저 문을 닫았고 종사자들이 유천동을 떠났으며, 밤거리를 오가던 발걸음도 뚝 끊겼다.
집결지와 사람들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가던 세탁소, 쌀가게, 맞춤옷집이 먼저 문을 닫았고, 병원과 식당, 목욕탕 등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순서대로 자취를 감췄다.
“골목을 잘 봐요. 한집 건너 상가마다 셔터 내린 빈 가게이고 오가는 사람도 없는데 여기서 무슨 장사를 하며 버틸 수 있겠어요. 주변에 있던 약국 4~5개도 역시 문을 닫았고 나도 올해까지만 남아 있을 생각입니다.” 옛 집결지 입구에서 40년간 약국을 운영해 온 김학봉(80)씨의 한숨 섞인 말이다.
집결지 해체 후 골목상권 붕괴는 당시 예견된 일로 '유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유일한 사후관리 대책이었다.
하지만,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와 그 주변이 도시환경정비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지 6년 만에 정비사업은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집결지 주변인 유천3구역 추진위원회 승인 취소가 결정됐고 올해 중에 정비구역 해제절차가 마무리되면, 유천동 옛 성매매집결지와 주변을 공동주택과 업무시설로 탈바꿈한다는 계획도 없던 일로 돌아간다.
더욱이,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한 2009년부터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집결지와 주변 건물은 더욱 노후화됐고, 빈건물은 그대로 흉물이 됐다.
수선가게를 운영 중인 김삼순(70·여) 씨는 “집결지를 해체하고 골목을 건전하게 전환해 상권을 지켜주려는 노력만 있었어도 이정도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비구역이 해제돼 상가를 자유롭게 하면 그나마 조금 나아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옛 집결지에서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보려는 움직임도 있어 반가움을 주고 있다.
3개월 전 커피숍을 차린 김모(33·여)씨는 “서부터미널 이용객도 있고, 여전히 사업차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이 있는 것을 봤을 때 주차장처럼 기반시설이라도 마련해 준다면 골목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최근까지 사업에 진척이 없어 정비구역 해제가 추진 중”이라며 “정비사업 해제 후 옛 집결지에 대한 관리계획은 다시 세워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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