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이문제]대전법원 민원인 “차댈 곳 어디없소”

직원용 포함 주차장 454면, 넓은 관할구역에 비해 협소 방문객 수용하기에 '역부족', 가로주차로 인한 차량파손도

▲ 11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법원 청사 주차장이 민원인들의 차량으로 가득차 있다.

홍성에 사는 A씨(50)는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대전법원을 찾았다가 애를 먹었다. 청사 직원 안내에 따라 자신의 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진입했지만, 주차할 공간을 찾을 수 없었던 것.

A씨는 주차장을 한참 헤매다 겨우 차를 대고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재판은 시작했고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재판 내용을 놓치고 말았다. A씨는 “법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싶어도 공간을 찾을 수 없다”면서 “재판 시간을 딱 맞춰서 오는 사람들은 낭패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회사를 다니는 B씨(43)는 최근 대전법원 주차장에서 가슴 아픈 일을 경험했다. 법원 업무를 마치고 주차장에 가보니 자신의 차량이 파손 돼 있었던 것. 주차 공간이 없어 가로 주차 했던게 화근이었다.

B씨는 법원 CCTV를 확인해 뺑소니 범인을 잡으려 했으나, 화질이 떨어지는 관계로 범인을 잡는데 실패했다. B씨는 “법원 주차장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정말 당황스럽다”면서 “그나마 있는 CCTV도 화질이 떨어져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전법원 내 주차 면적 부족 문제로 인해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대전고법에 따르면 대전 서구 둔산동 소재 대전법원 청사에는 평일에도 재판이나 경매 업무를 보기 위해 수백명의 민원인들이 찾고 있다.

대전지법·고법의 관할지역은 가깝게는 대전에서부터 멀게는 충남, 세종, 충북지역까지 이른다. 관할구역이 넓다 보니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주차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대전법원 청사 주차장 면적은 모두 454면으로, 건물 지하에 있는 직원 전용 주차공간(54면)을 제외하면 400면 정도.

이는 웬만한 공공기관과 비교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사건 수 증가에 따라 폭증하는 민원인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 날에는 한바탕 '주차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빈 곳에 가로 주차했다가 차량 파손 피해를 겪는 민원인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대전법원도 대책을 마련했으나,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있다.

대전고법 관계자는 “주차장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차량 5부제를 시행하고 지난해 7월부터는 주차관제시스템을 설치ㆍ운영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원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