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라매공원이 주말이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조경수 아래 수북히 쌓인 쓰레기 더미와 음수대 등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 |
휴지통과 비슷하게 생긴 공원 음수대는 이미 본래의 기능을 오래전에 상실한 듯 패스트푸드 포장지와 먹다 남은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중앙 잔디광장에서는 시민들이 불꽃놀이를 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타다 남은 불꽃놀이 재료는 잔디광장 곳곳에 떨어져 있었고, 이를 담았던 비닐 포장지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다.
보라매공원에서 유일하게 휴지통이 설치된 공원 내 화장실에는 먹다 남은 치킨 등 각종 음식물 쓰레기와 애완견의 배설물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투가 가득했다.
반대편 화장실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50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청소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 답답함부터 토로했다.
화장실 청소만 담당하고 있다는 A씨는 “사람이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버린 휴지보다 반려견 배설물이 더 많다”며 “먹다 남은 음식도 버리고 간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한 시민은 “그동안 수도 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다들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신경도 안 썼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원 내 쓰레기를 수거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달 서구와 1년간 계약했다는 할아버지는 “평일에는 오후 5시까지 보라매공원 전역을 청소하고 있다”며 “공원 한쪽에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릴 수 있도록 비닐봉투 2개를 설치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잘 보이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수거하기 편한데, 잘 안보이는 곳에 숨기는 시민들도 있다”며 “배설물도 일일이 손으로 수거하는데, 시민들이 조금만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인근 주민들이 생활쓰레기를 공원 내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며 “쓰레기통을 설치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다. 하루빨리 시민의식이 성숙될 수 있도록 계도를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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