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대전 유천동의 골목을 유흥업소 네온사인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
(중) 허술한 사후관리 대책
(하) 손발 안 맞는 지자체와 경찰
대전 유천동 홍등가에 성매매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불야성을 이루던 과거보다 업소는 줄었어도, 호객행위처럼 지역사회가 떨쳐버리려던 과거의 유천동으로 회귀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본보는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해체 6년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대전 중구 유천동 거리에서 한 여성이 지나가는 남성의 옷깃을 잡았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술 한잔할 거면 우리 가게로 오라. 안에서 다 이뤄진다”며 금액과 가게 이름을 귀엣말로 속삭였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마주한 또다른 유흥주점 앞에서도 여성 2~3명이 손님을 찾아 호객했고, 더러는 젊은 남성이 “놀 데 찾으시면 저 따라오세요”라며 취기 올라온 이들에게 접근했다.
2008년 중부경찰서와 중구청이 유천동 홍등가를 집중적으로 단속, 집결지를 해체한 후 6년 만에 성매매 호객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당시 유천동 홍등가는 여성감금과 인신매매 성격의 성매매가 이뤄지던 집결지로 1년 6개월의 단속 끝에 중부서가 2009년 7월 성매매집결지 해체 완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 후 6년이 흐른 이날 밤, 유천동 홍등가 밤골목은 오가는 사람도 늘었고 새로 단 간판에 네온사인이 가로등보다 밝게 비췄다.
대전성매매여성 인권지원상담소 손정아 소장은 “올해 여성들이 합숙하는 성매매업소가 옛 집결지 내에 있다는 신고가 주민들에게서 구체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상담 여성들의 공통된 증언을 바탕으로 유천동에 이미 재집결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구청과 중부서는 최소 14개에서 많게는 18개의 유흥주점이 유천동 옛 집결지에서 다시 개장한 것으로 본다.
휴업 형태로 유흥업소 허가를 유지하다가 이를 되살리는 방식이며, 또 같은 지역에 지금껏 휴업상태인 유흥업소 허가가 31개 더 있다.
특히 복도 양쪽에 작은 방을 밀폐식으로 나열한 집결지 시절 건물 골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간판만 새롭게 교체하고 예전 온돌방을 테이블 식으로 바꾸고 재개장했다. 또 이곳 유흥업소 업주들은 전에 유천동에서 같은 업종을 영업했던 이들로 대전 둔산과 충남, 전주, 강원 등지로 흩어졌다가 다시 찾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 조모(65)씨는 “상권이 완전히 무너진 골목 빈 점포에 모여든 것은 사행성 오락실과 주점뿐이고 식당 외에 건전한 투자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역을 뒤집어만 놨지 제대로 정착된 게 없으니 옛날 그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임병안·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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