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어둠의 역사로 회귀 다시 불 밝힌 유천동

  • 사회/교육
  • 미담

<시리즈>어둠의 역사로 회귀 다시 불 밝힌 유천동

유흥주점 18곳 재개장, 업주들 재집결 움직임 “건전한 투자 없었다” 지역민 우려의 목소리

  • 승인 2015-03-10 18:05
  • 신문게재 2015-03-11 1면
  • 임병안·정성직 기자임병안·정성직 기자
[해체 6년… 대전 유천동 홍등가 긴급점검] (상) 되살아난 성매매 ‘불씨’

▲7일 저녁 대전 유천동의 골목을 유흥업소 네온사인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7일 저녁 대전 유천동의 골목을 유흥업소 네온사인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글 싣는 순서
 
(중) 허술한 사후관리 대책
(하) 손발 안 맞는 지자체와 경찰


대전 유천동 홍등가에 성매매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불야성을 이루던 과거보다 업소는 줄었어도, 호객행위처럼 지역사회가 떨쳐버리려던 과거의 유천동으로 회귀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본보는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해체 6년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대전 중구 유천동 거리에서 한 여성이 지나가는 남성의 옷깃을 잡았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술 한잔할 거면 우리 가게로 오라. 안에서 다 이뤄진다”며 금액과 가게 이름을 귀엣말로 속삭였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마주한 또다른 유흥주점 앞에서도 여성 2~3명이 손님을 찾아 호객했고, 더러는 젊은 남성이 “놀 데 찾으시면 저 따라오세요”라며 취기 올라온 이들에게 접근했다.

2008년 중부경찰서와 중구청이 유천동 홍등가를 집중적으로 단속, 집결지를 해체한 후 6년 만에 성매매 호객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당시 유천동 홍등가는 여성감금과 인신매매 성격의 성매매가 이뤄지던 집결지로 1년 6개월의 단속 끝에 중부서가 2009년 7월 성매매집결지 해체 완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 후 6년이 흐른 이날 밤, 유천동 홍등가 밤골목은 오가는 사람도 늘었고 새로 단 간판에 네온사인이 가로등보다 밝게 비췄다.

대전성매매여성 인권지원상담소 손정아 소장은 “올해 여성들이 합숙하는 성매매업소가 옛 집결지 내에 있다는 신고가 주민들에게서 구체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상담 여성들의 공통된 증언을 바탕으로 유천동에 이미 재집결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구청과 중부서는 최소 14개에서 많게는 18개의 유흥주점이 유천동 옛 집결지에서 다시 개장한 것으로 본다.

휴업 형태로 유흥업소 허가를 유지하다가 이를 되살리는 방식이며, 또 같은 지역에 지금껏 휴업상태인 유흥업소 허가가 31개 더 있다.

특히 복도 양쪽에 작은 방을 밀폐식으로 나열한 집결지 시절 건물 골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간판만 새롭게 교체하고 예전 온돌방을 테이블 식으로 바꾸고 재개장했다. 또 이곳 유흥업소 업주들은 전에 유천동에서 같은 업종을 영업했던 이들로 대전 둔산과 충남, 전주, 강원 등지로 흩어졌다가 다시 찾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 조모(65)씨는 “상권이 완전히 무너진 골목 빈 점포에 모여든 것은 사행성 오락실과 주점뿐이고 식당 외에 건전한 투자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역을 뒤집어만 놨지 제대로 정착된 게 없으니 옛날 그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임병안·정성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