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 대표 "커피처럼 향기롭게, 나눔을 전합니다"

황재형 대표 "커피처럼 향기롭게, 나눔을 전합니다"

밥 못먹는 아이들 안쓰러워 후원 시작, 가게 수익금 기부하고 1일카페 운영 사회적 기업 만들어 장애인도 돕고파

  • 승인 2015-03-04 14:05
  • 신문게재 2015-03-05 9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충남 아너소사이어티클럽] 황재형 행복한 커피 대표

'커피 원두는 충분히 볶지 않으면 신맛이 나고 너무 오래 볶으면 탄 맛이 나지. 사람은 볶기 전의 원두 같아. 저마다 영혼에 그윽한 향기를 품고 있지만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화학반응이 필요하지. 그래서 볶는 과정이 필요한거야. 어울리면서 서로의 향을 발산하지.'

'행운의 절반, 친구'라는 책 중에 나오는 문장이다.

커피를 볶듯이 사람도 어울리면서 서로의 향을 발산할 수 있는 '어울림'을 가져야 한다면, 거기에는 이웃을 위한 '나눔'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커피처럼 향기롭게 '나눔'으로 세상에 향기를 더하는 이들의 모임인 '대전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36호 회원으로 가입한 황재형 '행복한 커피' 대표(39)를 만나봤다.

▲밥 못먹는 어린이 안쓰러워=황재형 대표는 인터뷰 요청에 “평범하게 학교 나와서 커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별 달리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고개부터 저었다. 특별히 이야기할 것도 없는데 인터뷰는 당황스럽다는 것. 다만 “예전부터 나눔과 복지 쪽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아이들이 밥 못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는 말로 아너 회원에 가입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황 대표가 처음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대전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전문화방송(MBC) 건물 1층에서 M카페를 운영하면서부터이다. M카페를 2년간 운영하면서 수익금의 대부분을 사랑의 열매에 후원했다.

그 일을 계기로 2011년 8월 대전공동모금회에서 1000만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나눔리더스클럽'을 발족할 당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고 지난 1월에는 1억원 이상 개인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대전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원에 가입했다.

황 대표는 “M카페의 수익금을 후원할 때도 이렇게까지 나눔활동이 커질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다만 나도 나중에는 아너가 돼야겠다, 아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5년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M카페 수익금의 대부분을 기부한데 대해서“그 돈은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아깝다거나 욕심이 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TV 방송에서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나오면 그냥 못 지나친다”는 황 대표는 “어린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할지 누구도 모르는데 지금 당장 돈이 없다는 것 때문에 못 배우고 못 먹는 걸 보면 너무도 안쓰럽다”고 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 '굿네이버스' 등의 기관을 통해 어린아이들을 수년째 후원해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마음에서이다. '아너' 회원이 된 것도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돕는 방법을 찾다보니 택하게 됐다는 것. '아너'가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을 돕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아너가 된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황 대표는 “부모님이나 가족들도 아너회원이 된 줄 모른다”며 멋쩍게 웃었다.

▲행복원 위한 1일카페 등 봉사 꾸준히=대전지역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운데서도 젊은 편에 속하는 황 대표에게 '나눔'보다도 우선은 사업을 위한 자금마련과 투자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돈만 생각하면 솔직히 아직도 대출이 많다. 당장의 시설투자만도 바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나눔을 위해 큰 돈을 뭉텅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나눔이 안되는거다. 내가 사회에서 받은 일부를 떼서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여력 안에서 나누며 살기 위해 애쓸 뿐”이라고 말했다.

그같은 바람이 있었기에 황 대표는 커피사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 생각해낸 것이 '1일카페'였다고 한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조로 지난해 10월 서구 원정동에 위치한 행복원을 돕기 위한 '1일카페'를 처음 시도했다. 황 대표가 '1일카페'의 장소와 모든 재료를 다 대주고 수익금은 전액 행복원에 기부했다. 재료비와 당일 영업을 못하는데서 오는 손실, 직원들 수당까지 고려하면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을 기부한 셈이었다. 또 행복원에 커피 장비를 무료로 설치해주기도 했고, 지난 연말에는 '사랑의 집'을 위한 1일카페도 열었다. '사랑의 집' 식구들이 의자가 없어서 불편을 겪다가 1일카페 수익금으로 입식의자를 사서 편하게 쓰는 모습을 봤을 때 보람있었다는 황 대표는 올해도 1일카페를 꾸준히 열고 싶다는 바람을 표했다.

▲외양보다 내실 중시하는 '단벌신사'=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는 발 벗고 나서는 황 대표지만 정작 자신의 차림새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못해 무관심할 정도이다. 5년 전에 산 가을양복을 한여름에 입는 단벌신사다보니 양복 한 벌, 와이셔츠 한 장, 넥타이 2개 뿐, 항상 작업복을 입고 다닌다. 양복은 일종의 행사복으로 아주 특별할 때만 입는다는 황 대표는 아너 가입식과 이번 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양복을 입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평소에도 청바지를 입고 다니다 등산복으로 한 3년전에 갈아탔다”는 황 대표에게 옷은 몰라도 차는 고급 차를 타고 싶지 않냐고 묻자 “커피기계 설비를 위해 외지 출장이 잦아서 이동거리가 많다. 장비도 많이 실어야 해서 고급차는 못 탄다”는 답이 돌아왔다.

외양보다 내실을, 허세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 '아너'. 커피사업을 하며 세상에 나눔의 향기를 더하고 있는 황 대표가 커피 쪽으로 삶의 항로를 바꾼데는 우연찮은 생각이 계기가 됐다. 대학(충남대 재료공학과)을 졸업하고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하다 과외를 하게 됐고 이어 교습소도 운영하게 됐다. 나름 '실력있는 강사'로 인정받으며 수입도 쏠쏠했지만, 과외교습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그러던 중 커피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목원대 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게 됐고, 그 때 만난 동기들과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커피 살림'이라는 커피매장을 차리게 됐다. 그 뒤 '커피살림'을 나와 2010년 '행복한 커피'를 차리게 됐고 지금은 2곳의 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성구 도룡동 대덕테크비즈센터(TBC) 건물 1층에 'T카페'와 서구 탄방동에 '카페 느와르'를 운영하고 있다. 또 '행복한 커피'를 통해 커피장비 납품과 전문설치, 사후관리 및 수리(AS)업무를 하고 있고 로스터기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장애인 위한 사회적기업 고민=“좋은 커피를 볶아먹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에서 '행복한 커피'를 시작하게 됐다”는 황 대표는 “그같은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현재 운영하고 있는 2곳의 커피매장에서도 차별화된 맛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 싼 재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지 않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손님들에게 나쁜 제품을 쓸 수는 없다는 것. 그러다보니 큰 돈은 벌지 못하지만 사업 확장에 대해 큰 욕심은 없다고 한다. 내 일 열심히 잘 하고, 기회 되면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또 아이들이나 아동복지시설 쪽에도 관심이 많다는 황 대표는 복지법인을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기에 사회적 기업을 통한, 공익을 위한 수익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합당한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일 많이 하려면 더 많이 벌어야한다”는 황 대표에게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를 묻자 “미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모님 슬하에 2남1녀 중 장남이라는 황 대표는 “솔직히 일이 바빠서 결혼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과 결혼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커피기계설비의 사후관리(AS)업무를 하다보니 퇴근하면 밤 12시가 넘는다는 것. 전국 300여개의 커피 매장을 관리하다보니 전화 통화할 일도 많아서 휴대전화를 1년에 한 번씩 바꿀 정도라고 한다.

▲좋아하는 커피 즐기며 더 많이 나누고파=“그러다보니 연애할 시간도 없다”는 황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즐기고 사람들과 만나며 즐겁게 사는 일이 중요하다”며 “아직 젊으니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른다. 사업구상은 항상 끊임없이 하고 있고, 나눔은 항상 최대한 많이 하자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나눔은 지금보다 적게 하는 일은 없이,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을 사랑하고 나눔을 소중히 하는 사람, 누구든 커피매장을 낸다며 자문을 구해오면 무조건 공짜로 알려줄만큼 넉넉한 품성으로 세상과 향기롭게 어울릴 줄 아는 사람. 황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꽃샘바람을 맞으며,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해도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퍼져 나갈 수 있다'던 어느 작가의 시 한구절을 떠올려봤다. '인향만리(人香萬里)', 향기로운 나눔이 아름답다.

▲황재형 대표는=1976년 연기군 전의면 출생. 조치원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전학, 대전 변동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변동중학교, 대신고등학교에 이어 충남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인터뷰 자료용으로 쓸 이력서나 프로필 자료를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런 것은 없다”며 난처해하는 젊은 '아너'의 이력에 앞으로도 많은 나눔과 봉사의 행적들이 덧붙여지길 기대해본다.

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정리=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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