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갑자기 호흡이 멈춰 쓰러진 임신부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고진선(31·사진) 기관사. 재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임신 4주차의 임신부는 다행히 2분 여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순간 고 씨는 지난 해 배운 심폐소생술 덕분에 응급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한밭대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한 고 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시절, 지인들의 소개로 기관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이후 기관사 직업에 매력을 느낀 고 씨는 6개월 과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기관사 면허시험에 합격, 2010년 6월 대전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됐다.
고 씨는 “기관사는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으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며 “당장 기관사로서 큰 포부보다는 현재의 위치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정시에 목적지까지 수송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6년차 기관사로서 지난 달 25일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고 씨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고 씨는 “승객들로부터 응급상황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본부에 보고 한 뒤 다음역인 중앙로역에서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현장으로 뛰어갔다”며 “현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 어쩔줄 몰라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20회 가량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숨이 돌아오는 것 같아 역무원에게 인계하고 열차를 다시 운행했다”며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관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관사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고 씨는 “과거에는 공채 입사한 신입사원 중 몇명을 기관사로 뽑았는데,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이후 2006년 기관사 면허제도가 생겼다”며 “기관사가 되려면 우선 기관사 교육을 이수하고, 기관사 면허증을 취득한 후 도전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고 씨는 또 “대전 지하철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며 “다만,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옷이 끼어 끌려가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급하다고 서두르지 말고 승객이 내린 다음 타는 질서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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