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보이지 않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것의 고통을 더 크게 여겼다. 현대 사회는 주변의 수많은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차량이나 TV, 스마트폰 등 생활기구들이 내는 소음의 급증으로 듣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난청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미희(33·사진) 오티콘보청기 대전유성점 원장은 이런 사회와 단절되는 난청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환자의 유형과 형태를 분석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 씨는 “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완전히 무인도에 갇힌 고립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보청기는 단지 소리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세상과 통하는 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피부관리사로 일하다 남편을 만나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이까지 키우다보니 사회와 단절되는 것 같았다”면서 “남편이 청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나중에 같이 일을 해보자며 청능사 교육을 받아보라고 조언해줬다”고 이야기했다. 교육 이수 후 김 씨는 한 보청기 회사에 입사해 3년간 몸담았다. 입사 초에는 영업과 사무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힘들었다.
지금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컴퓨터 능력이 남들보다 장점이 됐다. 3년간 김 씨의 손을 거쳐 간 난청인은 300여명이 넘는다.
평생 한 번도 소리를 듣지 못한 어린이, 학생들의 질문을 못 듣게 된 선생님, 공장 근무자, 군인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 씨는 “보청기를 통해 사람들의 인생이 훤히 들린다”며 “내 손을 거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사람들을 떠올리면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보청기를 선택하기 전 자신의 유형을 먼저 파악하고, 귀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 후에 보청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 씨는 “보통 청력을 완전 상실하고 나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 수시로 청력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김 씨는 자신의 영업점을 개업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틈틈이 언어치료 과정을 공부하며 난청인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김 씨는 “대전에는 아직 난청재활센터가 없다”며 “언어치료 비용이 비싸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난청인들이 많은데 함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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