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 유해발굴 본격…“뼛조각이라도 찾아 맺힌 한 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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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유해발굴 본격…“뼛조각이라도 찾아 맺힌 한 풀기를”

유족회장 “진상규명 계기 기대”

  • 승인 2015-02-23 18:28
  • 신문게재 2015-02-24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지난 23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옛 산내면 골령골) 인근 지역에서 열린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개토제'를 마친 공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낭월동 인근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이 학살당한 후 매장된 곳으로 추정된 곳이다. 
<br />연합뉴스
▲ 지난 23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옛 산내면 골령골) 인근 지역에서 열린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개토제'를 마친 공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낭월동 인근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이 학살당한 후 매장된 곳으로 추정된 곳이다.
연합뉴스
1950년 6월 28일, 사흘 전 발발한 6·25전쟁의 총부리가 밀려오기도 전에 대전에서 민간인 학살의 총성이 울렸다.

이날부터 7월 17일 새벽까지 트럭은 사람을 짐짝처럼 실어 동구 산내동 골짜기까지 쉼 없이 날랐고, 그때마다 골짜기에서는 총성이 빗발친 후 트럭은 빈차로 돌아갔다.

그리고 64년이 흐른 지난 23일, 산내 골짜기는 다시한번 오열했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앞으로 닷새간 이어질 유해발굴에서 억울하게 묻힌 아버지·형제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게 기도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유해발굴 현장에서 만난 최인훈(68·대덕 송촌동)씨도 28세에 희생된 아버지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발굴현장을 지켜봤다.

중구 선화동 양장점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아버지가 1950년 7월 경찰에 연행돼 유치장에 수감됐고, 이유도 모른 채 대전형무소를 거쳐 산내 골짜기에서 희생됐다.

아버지가 경찰서 유치장에 마지막 머물렀던 7월 8일을 기일로 삼아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왔을 뿐, 정확히 언제이고 어떤 이유로 희생돼야 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숨죽여 지내야 했다.

또 당시 5살 누나와 3살 최씨는 아버지의 품을 잃고 친척집과 보육원을 옮겨다니며 지난 60여년을 견뎌왔다.

최씨는 “이유도 모른 채 골짜기에 끌려와 죽음과 마주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맺힌 한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 경우처럼 대전 산내에서 군과 경찰에 학살된 희생자는 대전형무소 일반 재소자와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 그리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정치·사상범 등 최소 1800명 이상으로 모두 골짜기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2007년 산내 골짜기에서 희생자 유해 34구와 수갑, 탄알, 탄피 등 456점을 수습했으나, 더 이상 정부 차원의 유해발굴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산내 골짜기에서 앞으로 닷새간 일부 유해발굴을 벌인다.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산내사건은 국가가 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을 법적인 절차 없이 집단살해한 불법행위임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을 보냈다”며 “이번 일부 유해발굴을 통해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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