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도시와 건축 분야 공직사회의 관행을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갑’이라는 계급장을 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핵심은 법에 근거하지 않고 행정 편의를 위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던 잘못된 관행과 숨은 규제를 없애 건설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선‘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오랫동안 공직사회가 정형화된 틀 속에서 소극적이고 보신주의적인 업무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를 비롯한 과감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본보는 대전시가 내놓은 도시ㆍ주택 분야의 개혁방안 내용과 건설업계의 반응, 영향, 향후 과제 등을 긴급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대전시가 철폐해야 할 관행으로 내세운 첫 번째 개혁 방안은 도시ㆍ건축 심의제도 네거티브(Negative) 방식 도입이다. 네거티브는 안전과 환경, 경관에 명백하고 현저한 문제가 없으면 신청 내용을 존중해 심의를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우선, 법적 근거가 없는 사전 관계부서 협의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언이라고 표현한 건 전국 최초로 시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심의 안건이 접수되면 관계부서 협의와 협의 의견 반영에 이어 안건 상정, 위원회 개최, 결과 통보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는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관계부서 협의와 협의 의견 반영 등 두 가지 절차는 법적 근거가 없다. 완벽한 심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가된 절차라고 하지만, 오히려 업체 입장에선 불필요한 규제만 더 만들어내는 ‘갑질’에 불과했다.
그래서 폐지하기로 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 관행으로 철폐하는 것이다.
‘1회 통과’라는 빠른 심의 방안도 내놨다.그동안 심의 과정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쏟아내는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여과 없이 심의 조건으로 변질되면서 업체에 과중한 부담을 떠넘겨 왔다. 지난해 건축위원회만 보더라도 안건 1개당 평균 15가지의 조건이 주어질 정도였다. 공익을 내세우며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견을 남발하거나 불필요한 도면 요구, 비전문분야에 대한 지나친 의견 주장 등으로 발목을 잡아왔다.
문제점 지적 중심의 위원회를 자문과 조력 역할로 위상을 다시 정립해 중대한 문제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과감하게 ‘1회 통과’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 건축위원회 운영규정 등을 전면 개정할 예정이다.
두 번째 개혁방안은 규제 완화와 개선, 인ㆍ허가 조건 다이어트다. 우선 상업지역에서 주거복합 건축물의 경우 주거비율이 높을수록 낮은 용적률(500∼1000%)을 부여하고 자연녹지지역에서 건폐율을 20%에서 60%로, 용적률을 80%에서 100%로 한다. 장수명 인증주택에 대한 건폐율과 용적률 인센티브는 10% 제공한다. 허가 신청 전 디자인 자문제도 폐지와 이행강제금 부과횟수 최소화, 건축허가때 접도 규정 완화 등의 개선 방안도 시행한다.
감축 목표가 50%인 인ㆍ허가 조건 다이어트도 주목할 만하다.현재 인ㆍ허가를 받기 위해선 주택건설 사업 승인과정에서 20여 가지 조건과 150여 가지 부서 의견이 승인서에 첨부된다. 건축허가는 50여 가지의 허가조건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부서협의가 사업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절차로 전락한 셈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부서 협의는 의무적 대상 3∼5가지를 제외하고는 미술장식품, 문화재 조경, 타슈 관련, 장애인 편의시설과 청소, 보육시설 등 15∼17가지는 생략할 방침이다.
전문수 대한주택건설협회 대전ㆍ충남도회장은 “불필요하고 업계의 실태에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건설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상당히 기대되는 정책”이라며 “공직사회가 건설업계를 위해 스스로 나섰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무호 시 도시주택국장은 “실질적인 효과와 성과를 내기 위해 (내가) 직접 TF팀장을 맡아 진행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함께 지속적으로 규제와 뿌리깊은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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