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모금회장 "'덕수'같은 사람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

안기호 모금회장 "'덕수'같은 사람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

지역 회장으로서 부담됐지만 기부문화 확산 위해 언론 공개 대전모금회서 회원 36명 배출, 전국 첫 4명 동시가입 기록도

  • 승인 2015-02-04 13:44
  • 신문게재 2015-02-05 9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충남 아너소사이어티클럽](10) 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아버지, 저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라며 우는 대목이 나올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 덕수의 고백이 부모님께 드리는 독백이고 하나님 아버지께 드리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그래도 인간적인 것은 묵묵히 남을 위해 살아가는 덕수 같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 아닐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사건사고와 씁쓸한 소식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71·대전프뢰벨 회장·사진)은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안기호 회장은 최근 대전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33호로 가입했다. 다른 세명의 아너와 함께 동시에 가입, 전국 최초로 네명 동시 아너소사이어티 탄생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서구 둔산동 대전프뢰벨 회장실에서 안 회장을 만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어린이를 위한 교육에 헌신해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아너소사이어티 33호 가입… 기부문화 확산에 디딤돌 됐으면=안 회장은 나눔과 기부의 대명사인 '공동모금회'의 대전지역 수장이자 지난달 28일 오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유재욱 오성철강 회장, 이두식 이텍산업(주) 회장, 황재형 행복한 커피 대표 등과 함께 1억원 이상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도 가입했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에 맞춰 인터뷰를 하자는 제안에 안 회장은 손사래부터 쳤다. 영화 국제시장 속 '덕수' 같이 묵묵히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으로서 “아너에 가입했다”며 인터뷰까지 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

“아너 가입도 비공개로 하려 했다”는 안 회장은 “기부를 남에게 내보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경말씀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겸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으로 일하다보니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것도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래서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고,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의 시대는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더욱 존경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안 회장은 나눔과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공동모금회 업무를 위해 올 한해 더욱 열심히 뛰고 싶다”며 “교회와 기관·단체 등의 참여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투명한 기부금 사용 위한 감시 역할=안 회장은 또 “공동모금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적지 않은 분들이 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하면 그 돈의 일부가 직원 월급과 운영비용으로 쓰여진다고 오해하시는데 그것은 전혀 아니고, 기부된 비용은 전액 이웃을 돕는 사업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 회장은 “기부 금액이 고액일 경우 10%가 기부자의 뜻에 따라 하는 지정기부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중기부가 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 부분은 기부자가 특정 목적을 위해 기부를 하면서 세금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약간의 이기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안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10%가 마치 공동모금회의 운영 비용으로 쓰여지는 듯한 오해가 있어서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공동모금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나누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다”는 안 회장은 “공동모금회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정부기구의 투명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많은 분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쌈짓돈을 내주시는데, 선의의 기부금이 잘 쓰여지는지 감시할 역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기부된 돈이 쓰여지는데도 투명성을 확보하고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공동모금회의 신뢰도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공동모금회는 기부받은 돈을 제대로 잘 썼는지 감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금회에 대한 깊은 애정… 전국 최다 아너소사이어티 탄생시켜 '아너소사이어티 명가'로 인정받다=“공동모금회는 임의단체가 아니라 1998년 민간주도의 기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법에 의해 설립됐다”는 안 회장은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다른 어느 단체보다도 투명하게 관리하는 만큼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한 공동모금회의 역할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뷰 지면에 본인의 이야기보다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가기를 바라는 안 회장에게서 공동모금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엿보였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한 깊은 애정 만큼이나 안 회장이 이룬 성과도 많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 취임한 것이 지난해 4월 1일. 이후 10개월의 시간 동안 안 회장은 기부문화 확산과 아너 회원 가입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그 결과 안 회장 취임 후 12명의 아너 회원이 탄생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최초로 4명의 아너 회원이 동시에 탄생하는 파격적인 기록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안 회장의 이같은 노력과 열정 덕분에 대전사회공동모금회는 '아너소사이어티의 名家'로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까지 36명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배출,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5회 아너 소사이어티 전국총회에서 전국 17개 지회 중 최우수지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넓은 포용력, 나눔과 섬김, 조용하면서도 무게감있는 리더십으로 다양한 봉사활동=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같은 성과는 안 회장의 뛰어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넓은 포용력과 조용하면서도 무게감있는 리더십으로 안 회장은 공동모금회 활동 외에도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펼쳐왔다.

대전YMCA 이사장(1997.04~2001.04)으로 활동할 당시 지금의 서구 만년동에 대전YMCA 회관 시대를 개막한 주인공이며 현재 대전경실련 상임 공동대표와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사)하모니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천성감리교회 장로인 안 회장은 대전극동방송 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대전극동포럼 회장을 맡아 헌신하면서 대전시내 5000여 장로들을 대표하는 대전시 초교파장로연합회 초대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어린이를 위한 봉사와 나눔-대전프뢰벨 창립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으로 아동복지향상 기여=안 회장은 지난 2013년 대전프뢰벨을 통해 아동복지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안 회장의 삶에서 '어린이'를 위한 봉사와 나눔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안 회장은 30여년 전 유아들을 위한 좋은 교재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대전프뢰벨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아동 육아 전문 서적을 통해 교육사업에 헌신하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기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사회에 보답할 일을 찾아 고민하던 중 안 회장이 시작한 것은 바로 소년소녀가장과 결연을 맺고 후원하는 일이었다. 그 뒤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 평생후원회원에 그치지 않고 후원회장까지 맡아 헌신해왔다. 안 회장은 매년 어린이날이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에서 진행하는 어린이날 사랑나눔큰잔치 행사에 후원자로 적극 참여하는 등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왔다.

'나눔'과 '섬김'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안 회장의 대전프뢰벨 집무실에는 신실한 기독교인다운 성품을 대변하듯 '주님을 섬기고 이웃을 돌보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액자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안 회장의 좌우명처럼 걸려있다. 어린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안기호 회장의 나눔의 삶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아름답게 반짝이며 세상을 아가페 사랑으로 물들이고 있는 듯 하다.


▲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1944년 6월8일 경기도 파주에서 출생해 한성신학대 목회학과를 졸업했고, 충남대 산업대학원과 안보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배재대에서는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이력으로 대전YMCA 이사장(1997.04~2001.04), 법무부 보호소년지도위원 전국연합회 회장(2001.04~2004.03), 대전시바둑협회 회장(2001.11~2003.10), 순흥 안씨 종친회 대전시 회장(2002.01~2004.12), 중앙 경실련 공동대표(2010.02~2012.02), 목원대 교과부 파견 관선이사(2010.03~2012.06) 등을 역임했다.

1994년 7월 (주)대전프뢰벨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고, 현재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사)하모니 명예이사장, 대전극동포럼 회장, 대전시의회 해외연수 심의위원, 대전경실련 상임 공동대표, 대전시 초교파장로연합회 회장,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배재대 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소년가장돕기), 문화체육부 장관 감사패(청소년 선도), 보이스카우트 무궁화 은장, 범죄예방자원봉사상 본상(법무부, 중앙일보), 법무부 장관 감사패, 행정자치부 장관 감사장, 국민훈장 동백장(청소년 육성 유공), 대전시 교육감 감사패, 어린이재단과 CMB충청방송 주관 나눔의 기업 선정(대전프뢰벨), 서울신문 VISION 2010 사회공헌 대상 수상, 아동복지유공자 대통령 표창(대전프뢰벨)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정리=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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