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불·탈법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막강 권력(?)을 쥔 조합장 대신 조합원의 권한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장 선거에서 불·탈법이 암암리에 자행되는 것은 조합장의 막강 권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단위 조합별로 영업이익이 달라 연봉은 천차만별이지만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대다수 조합장은 각종 업무추진비와 경조사비 등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농협 한 관계자는 “급여와 성과급, 판공비 등을 합쳐 연봉 2억원을 받는 조합장도 있다”고 전했다.
조합장들은 지역 유지로 조합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을 갖는다.
예금, 대출 등 신용사업에서부터 농산물 판매와 하나로마트 운영 등 경제사업도 관장한다.
이사회를 거치는 절차가 있지만 조합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크고 작은 사업 선정권도 틀어쥐고 있다.
한 지역농협 조합원은 “조합의 자산이 수천억이고 연간 사업 매출이 수백억원으로 이를 관리하는 조합장은 해당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위치”라며 “권한은 많은데 책임이 적어 지방의원보다 낫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깨끗한 조합장 선거를 치르려면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줄여, 봉사자라는 인식을 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농협 한 관계자는 “조합장은 농촌의 권력이 됐고, 권한은 특권을 만들어냈다”며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먼저 조합장에 집중된 권한부터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후보자 면면을 살피고, 투표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동안 조합원 선거는 후보자간 차이를 모르고 혈연, 학연, 지연, 친분에 따라 선택하는 등 소지역주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A농협 조합장 후보예정자 김 모씨는 “갈수록 조합의 규모가 확대되고 역할도 다양해져 조합장의 업무능력 중요성이 커졌다”며 “조합 합병 등 경쟁이 치열한 만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조합을 이끌어갈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합원을 포함한 지역민들의 관심도 요구되고 있다.
잘못된 선거로 생겨나는 부작용은 조합원에게 돌아가고, 결국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역민 역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김규조 대전선관위 사무처장은 “선거가 혼탁해지는 것은 법과 제도의 미비보다 잘못된 의식과 관행이 원인”이라며 “매수행위 등 선거의 공정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 고발하는 등 엄중 조치해 금품 선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선거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의 살림을 책임질 수장을 선출하는 만큼 후보자와 공약을 꼼꼼히 따져 비교 선택해 달라”며 “불법선거운동하는 후보자를 감시·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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