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족의 힘이 컸을까. 이제는 어엿한 주부 프리마돈나를 당당히 꿈꾸는 소프라노 고현주의 라이프 스토리를 듣고 있다보면 진정 꿈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짐작케한다.
2006년 당진시립합창단 단원으로 성악가 활동을 시작한 고현주(33)씨는 음악 엘리트코스라는 대학 졸업후 유학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성악을 통해 말해왔다.
인생을 말하듯 성악에 매진한 그는 수석 소프라노의 자리에 오르는 영예를 안게 됐지만 아이 출산과 가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단원생활을 마치고 프리 선언을 했다.
올 들어 주부 3년차인 고씨에게는 인생일대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워킹맘,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그냥 아줌마', 하지만 끊임없이 희생해야 하는 평범한 아줌마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며느리, 한 아이의 엄마이기 전에 프리마돈나를 꿈꾸는 소프라노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첫 인상에서는 그야말로 '유쾌·상쾌·통쾌'의 이미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환한 눈웃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그녀는 프리를 선언한 뒤 어느 때 보다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오페라 활동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부터 TJB 화첩기행에 출연해 여행과 인생, 가곡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백제문화제 연꽃축제에서는 서동요의 주인공격인 선화공주로 출연한다.
그녀가 이 자리까지 서기까지 가족의 힘이 무엇보다도 컸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제 꿈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갔어요. 꿈을 절대 놓지 않았거든요. 주변의 모든 반대를 직장인 합창단을 뒤로하고 프리를 선언했을 때도 남편의 배려가 컸죠. 남편은 지금까지 제가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돼주고 있어요. 지금도 저의 정신적 멘토는 남편이랍니다.”
주부의 역할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그는 고된 일로 나약해질 때면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그리며 힘을 내곤 한다.
고 씨는 “행복하기 위해 여성들이 결혼을 했는데, 대부분 여성들은 아이를 낳으면 양육을 하기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해 안타깝다”며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회 활동을 해야 에너지가 나오고 더 아이를 사랑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에서는 오페라, 솔로, 기획 경영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활동하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소프라노 고현주의 앞으로 소망은 '밸런스를 잘 맞추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현재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 소프라노 1인 다역을 맡고 있는 그는 모두의 밸런스를 잘 맞춰 모든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오는 7월에는 이탈리아 유학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도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 없이는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밸런스를 맞추려면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고 저 역시 남편을 존중하면서 조화로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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