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1일 사상 첫 통합 실시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 동시에 시행돼 선거 규모가 커졌지만 관련 규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 불·탈법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과열 혼탁 양상을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그동안 조합장 선거는 금품살포, 선물공세, 조합원 개인정보 유출, 분식결산 등 각종 불법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 이후 고소·고발도 난무했다.
올해부터는 효율적이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전국 동시에 실시되지만 지난 선거와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선거 규모는 확대됐지만 관련 규정이 미흡하거나 방식이 개선되지 않아 후보자들이 '돈 선거'에 의존할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14일까지 중앙선관위에 사전선거운동과 금품제공 등으로 고발조치된 사례 17건, 수사의뢰 4건, 경고 86건 등 104건에 달한다.
실제 지난달 20일 충남도선관위는 조합원 150여명에게 6000만원의 금품을 뿌린 논산지역 조합장 입후보예정자 A씨를 대전지검 논산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조합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조합원 가입비(출자금) 명목으로 1인당 20만~100만원씩 현금으로 제공한 혐의다.
대전 동구선관위는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 등으로 동구지역 조합장 입후보예정자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등록제가 없다.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 등의 선거활동도 금지하고 있다. 선거벽보나 공보, 어깨띠, 전화 등을 통해서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것도 2주 동안 제한된 시간에 그친다.
지극히 제한된 선거운동 탓에 후보자들이 돈과 조직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현직 조합장들에게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 조합장이 한번 권력을 잡으면 다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대전의 C조합 입후보예정자 김 모씨는 “현재 조합장 선거는 해당 조합에 거물급 유력 정치인이 출마해도 현직과 겨루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후보의 능력이나 정책, 도덕성 검증 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데 2주 동안 혼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구조적 문제와 제한된 선거운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돈과 조직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고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D조합 입후보예정자 이 모씨는 “현 조합장들은 선거 2주 전까지 조합의 각종 회의를 통해 조합원을 만나지만 입후보예정자들은 선거법이 무서워 제대로 만나지도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조합 입후보예정자 박 모씨는 “조합장을 하면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 평소 선거운동을 해온거나 다름없다”며 “조합원 대부분 나이가 많고,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합장 선거가 각종 비리로 얼룩진데는 선거 자체의 폐쇄성도 한몫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연령대가 높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상대적으로 범죄인식이 낮다”며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영록·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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